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너나없이 바쁘고 복잡한 삶을 살고 있다. 조금이라도 남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현대인들은 저마다 숨가쁘게 달려간다. '생각을 쉬게 하라'라는 책 제목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지금 내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모두 '생각할 가치'가 있는 것들인지, 생각해봤자 의미가 없고 오히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생각들은 내 안에 얼마나 많은지...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우리 삶에 가장 필요한 두 가지는 '열정'과 '휴식'이며, 우리가 쉼 없는 열정을 가지려면 역설적으로 반드시 '쉼'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휴식의 백미는 육체가 아니라 '생각'을 쉬게 하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비가 거세게 내리면 들판에 잡초가 무성해지듯, 많은 생각과 넘치는 욕망은 불안과 걱정의 숲이 되어 우리를 에워싼다. 그렇게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친 우리 자신을 재충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생각을 쉬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에 깊이 공감한다. 잠시의 짬만 있어도 하늘 한번 바라볼 여유없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경쟁적으로 들여다보는 오늘의 우리들에게 특히 필요한 이야기가 아닐까.

 

사소하고 번잡한 잡념,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수많은 기우, 자고 일어나면 허망하기 짝이 없는 집착... 이러한 생각들의 헌 옷을 벗어버리고 더 좋은 생각, 더 고결하고 삶의 근원을 들여다볼 수 있는 깊은 생각의 옷장을 끊임없이 열어 생각을 '교체'해야 한다는 것. 이런 생각의 '샤워'와 '새 옷'을 제공해줄 이로 시라토리 하루히코가 찾은 이가 바로 붓다다. '끊임없이 더 숭고한 생각으로 갈아타 마침내 자기 삶의 가장 큰 봉우리에 올라선' 붓다의 잠언 180개를 10개의 소주제로 묶어놓았다.

 

군더더기 없는, 간결하고 명쾌한 붓다의 잠언들. 보통 이런 형식의 책들은 '잠언+지은이의 생각이나 에피소드'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책은 특이하게도 지은이의 개입이 없다. 각 소주제별로 붓다의 일화가 짤막하게 소개되고 바로 잠언으로 이어진다. 뭐 취향의 차이겠지만, 나는 이런 담백한 구성이 마음에 든다. 잠언을 읽고 내 나름대로 소화해보고 음미해 볼 수 있는 여백이 느껴져서이다.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에, 누군가의 말이나 행동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날에, 뭔가 위로와 격려가 필요한 순간에, 그냥 아무 페이지나 펼쳐들고 하나씩 읽어보고 지혜와 마음의 힘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잠언이지만, 마음에 던지는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의미를 곱씹을수록 넓게 원을 그리며 멀리까지 퍼져간다. 특히 평범한 것들에 비유해서 삶의 지혜를 이야기하는 잠언들이 많아 오래 기억에 남는다. '모든 사람에게 인자하게 대하라'고 할 때는 '햇살이 모든 사람의 머리 위에 내리쬐듯' 온정을 베풀고 복을 나눌 것을 당부한다. 철에 들러붙은 녹이 서서히 철을 갉아먹듯이 나쁜 마음도 몸과 마음에 들러붙어 절대로 떨어지지 않으므로 애초부터 나쁜 마음을 먹지 말 것을 경고한다. 나는 앞으로 빨래를 할 때마다 붓다의 아름다운 비유를 기억하고 싶다. 비누칠을 하고, 옷을 비비는 순간 깨끗했던 물은 순식간에 더러워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을 더러운 존재라고 말할 수는 없다. '물을 더럽히는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깨끗한 옷이 되는 것처럼 불필요한 마음의 때를 없애기 위해서 고통의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다려라. 옷에서 먼지가 떨어지고 나면 물도 다시 깨끗해진다.'(111쪽) 이렇게 무심히 흘려보낼 수 있는 일상의 장면도 붓다의 눈을 통해서는 깊은 지혜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보석같은 순간이 된다.

 

요즘 자꾸 마음이 옹졸해진다고 느끼고 있었는데, 생각의 '샤워'를 마치고 '새 옷'을 입으니 한결 나 자신이 넉넉해지고 평온해지는 것 같다. 물론 중요한 것은 책을 덮고 일상으로 돌아가서 이 마음을 잃지 않고 1g씩이라도 실천에 옮기는 것에 있겠지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불안과 걱정의 생각거리 속에서 또 허우적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또 다시 나를 담금질하고, 다시 일상에서 연습하고, 또다시 생각을 교체하고... 그렇게 나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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