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 자연과 나누는 친환경 순환농법
여태동(바람길) 지음 / 북마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식물을 잘 키우는 사람을 영어로는 'green thumb'이라고 한다지요? 바람길님은 정말이지 마법의 초록빛 손가락을 가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신문기자면 무척 바쁘실텐데 주말이면 어김없이 도시농부로 변신, 이른 새벽부터 흙에 파묻혀 땀을 흘리는 부지런한 삶을 10년째 꾸려오고 있다니 존경심이 절로 고개를 듭니다. 이 책은 그 10년간 도시농부로 살면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자급자족하기 위해 땀흘려온 바람길님의 농사일기입니다. 뭐랄까 말 그대로 일기여서, 철따라 여러 작물들을 심으면서 배웠던 여러가지 실용적인 지식들과 함께 심심찮게 등장하는 실패담에,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이 감칠맛나게 어우러져 펼쳐집니다.

도시농부 친구들과 함께 도와가며 일하고 막걸리잔을 기울이는 시간, 각자 농장에서 수확한 채소들로 만든 밑반찬이며 김치를 서로 맛보며 여는품평회,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만든 너덜너덜한 두부로 두부김치를 만들어 아이들을 먹이며 행복해하는 아빠의 모습... 참 사람사는 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얘기들이 가득하네요. 덩달아 흐뭇하고 푸근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바람길님은 도시농부로서의 자신의, 친구들의 부지런함을 대견해합니다. '누가 일요일 새벽 밭에 나와 일하라고 시켰다면 무척 투정을 부렸을 터인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이니 얼마나 자발적인 모습인가'(132쪽)하고 말이지요. 정말 맞는 말입니다. 농사일은 고된 노동입니다. 하지만 몸이 욱씬거리고 힘이 들어도 신명나게, 즐겁게 일하고 자연에서부터 얻은 것에 감사해하는 도시농부 바람길님과 친구들의 모습은 참 해맑게 느껴지네요. 품이 많이 들어도 농약이나 인공 비료대신 친환경 자연농법을 실천하면서도 '뭐 대단한 일은 아니고 그저 최선을 다해 땅에 기대고 하늘에 기대는 정도'라 여기고, '작은 것에 만족하고 나누고 우리가 직접 재배한 먹을거리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도시농부로 사는 즐거움'(267쪽)이라 말하는 그들의 얼굴에는 넉넉함이 넘칩니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정직하게 땀흘리는 것이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한지가 새삼스럽게 와 닿습니다.

 

도시농부로서의 삶은 여러 성찰을 일깨워주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고구마를 캐며, 알이 굵은 녀석이 많았으면 했는데 자잘해서 아쉬워하던 바람길님은 그래도 '작은 고구마가 맛있다'며 위안을 삼습니다.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할 직업 농부가 아니니 이 정도 수확에도 기뻐하지만, 농사지어 자식 공부시켜야 한다면 걱정됐을 법하다며 우리나라 농업의 한계를 생각합니다.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이 일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나라는 언제나 오려는지'(34쪽)하고 말이지요.

감자를 캐며, 토마토 순을 따면서 '과유불급'의 교훈을 뼈저리게 깨닫기도 합니다. 많이 수확하고픈 욕심에 감자 눈을 여러 개 만들어 심었더니 자잘한 감자만 매달려 있었고, 토마토를 많이 얻을 생각으로 순을 두세 개 남겨두었더니 제대로 된 토마토가 열리지 않았대요. 지나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작은 것에 감사하고 만족해야 더 넉넉해지고 풍요로운 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를 자연은 인간에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고백하자면, 집에 들이는 식물마다 족족 짧고 굵게 생을 마감시키는 재주(?)를 가진 저는 'black thumb'입니다. 올봄에도 야심차게 키우기 시작한 화분 몇 개를 하나빼고 모두 떠나보내는 아픔을 겪었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도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새록새록 듭니다. 일단 베란다에서 상추랑 토마토 모종부터 정성스럽게 길러보는 것부터요. 그리고 꼭, 가까운 미래에는 작은 주말농장을 제 손으로 가꿔볼 겁니다. 조금씩이라도 내가 필요한 것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삶, 흙에 기대어 땀을 흘리고 그 정직한 대가를 좋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 이 책을 통해 그 꿈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었는지 배웠습니다. '실천하는 도시농부가 늘어나면 지구가 생글생글 웃을 것 아닌가'(35쪽), 저도 지구를 생글생글 웃게 만들 수 있는 한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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