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느끼는 시간 - 밤하늘의 파수꾼들 이야기
티모시 페리스 지음, 이충호 옮김, 이석영 감수 / 문학동네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아름다운 것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자신을 바라볼 때 즐거운 감정이 끓어오를 수 있는 감수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마음을 기다린다. 그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다.”(356~357)

 

어떤 책은 끊임없이 싸워가면서 읽어야 한다. 얼른 책장을 넘겨서 다음 내용을 빨아들이고픈 마음과, 아까워서 차곡차곡 아껴가며 읽고 싶은 마음을 끊임없이 교차해서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야금야금 읽는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또, 아무래도 깜깜한 밤에 읽어야 한다. 슬프게도 지금 내가 사는 곳의 밤하늘에는 별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참, 따뜻했다. 내 기억 속에 또렷이 저장되어 있는, 별이 쏟아지던 밤하늘들을 호출해 가면서 이 책을 읽는 시간동안.

 

평생 동안 열정적으로 하늘을 관측해 온 아마추어 천문가인 저자 티모시 페리스. 어린 시절부터 하늘을 관측하면서 느꼈던 감동을, 자신의 평생을 바치게 만든 그 경이를 그는 유려한 문장으로 생생하게 묘사해주었다. 페리스는 열네 살 무렵 별들이 낮에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낮에도 쉬는 시간에 학교 운동장 한 구석에 서서 다 쓴 페이퍼타월 롤로 만든 원통을 들여다보고 있는 한 소년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이런 노력은 가끔 보상을 받았는데, 바다처럼 파란 하늘 가운데에서 빛의 점이 반짝이는 것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우리가 광대한 어둠 가운데에 존재하는 눈부신 오아시스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356)

그렇게 끊임없이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별을 찾던 소년은 후에 자신의 천문대를 만들고, 천문학에 대한 수많은 글과 프로그램들을 만들고, 두 대의 보이저호에 실어 보낸 인류 문명 소개 유물 음반을 제작하고, NASA의 지구 접근 천체 운영 위원회에서 일하게 된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그 꿈을 닮아간다는 앙드레 말로의 말이 떠오르는, 꿈을 좇아온 아름다운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꿈을 좇는 삶이라는 의미에서, 티모시 페리스가 만난 수많은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이야기들도 생생하고 찬란했다. 혜성 사냥꾼으로 유명한 데이비드 레비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음 만나는 이름들이었다. 세상에는 얼마나 수많은, 남들이 모두 잠이 든 시간에 끈기와 열정으로 밤하늘을 관측하고 있을 아마추어 천문가들이 있을까를 잠시 상상해본다. ‘아마추어란 단어는 프랑스어 아마퇴르(amateur)에서 유래했고, 그것은 라틴어로 사랑하다란 뜻인 아마토르(amator)에서 유래했다(59)‘고 한다. 그 어원 그대로, 그들은 밤하늘의 경이를 사랑하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기꺼이 그 경이를 찾고 탐구하는 것에 바쳤다. 티모시 페리스와 함께 대화하며 쏟아내는 그들의 열정적인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가슴이 절로 두근거렸다.

 

내 눈에 들어오는 빛이 영겁의 시간 동안 우주를 여행한 뒤에 지금 도착했다는 사실과 내가 그것을 보도록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경이로워요.’(127쪽, 아마추어 천문가 바버라 윌슨의 말)

 

요즘은 빛 공해 때문에 까만 밤하늘을 찾기가 참 어렵다. ‘축복받은 밤의 어둠’(475)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아쉬운 대로 책을 덮고 (깜깜하다 상상하며)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어렸을 때 참 좋아했던 어느 그림책이 문득 기억났다. 고대인들이 우주를 훌륭한 춤이라고 여겼다는 이야기였다. 행성들과 혜성들을 포함한 모든 별들이 저마다 리듬감을 갖고 스스로 춤을 추고 있다는 것... 티모시 페리스의 표현대로, ‘인간의 생애에 비해 훨씬 넓은 시간과 공간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324)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저 밖에 우주 전체가 있고 우리가 바로 저기에서 살고 있으니 절대로 겁을 먹을 이유가 없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다.’(487) 우주를 오래 눈에, 그리고 가슴에 품은 사람은 철학자가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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