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4월
평점 :
절판


탯줄이 목에 감기면서 태어난 후유증으로 세상 빛을 보자마자 뇌성마비를 앓고, 세 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장애인 요양 시설에서 17년이라는 시간을 보내야 했던 알렉산드르 졸리앙.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삶의 모토는 자기 운명에 대한 한탄이나 신에 대한 원망이 아닌,'무조건적인 즐거움을 누려보자'(5쪽)였다고 한다.  스피노자가 남긴 '의연하게 행동하고, 스스로를 즐겨라'라는 말을 마음속에 새기며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을, 한 뇌성마비 청년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책을 읽어나갔다.

 

저자의 글 곳곳에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인류의 오랜 지혜들이 사이좋게 손을 잡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금강경'을 비롯한 불교사상, 동서양의 여러 철학자들이 남긴 명언, 교황 요한 바오로 23세의 일기글, 시인들의 혜안이 스며있는 싯구들... 그는 이런 다양한 인용문들에 비추어, 자신의 체험에서 느끼고 깨닫게 된 삶의 철학들을 담담하게, 경쾌하게 이야기한다.

 

이따금, 자칫 제 자신을 망가뜨릴 수도 있었을 잘못된 만남을 경험할 때가 있는데, 그땐 오히려 그 만남 덕분에 저의 가장 깊은 곳에서 그만큼의 성장이 이루어졌음을 느낍니다...(중략)... 연못에 돌을 던지면, 그 돌이 계속해서 물수제비를 이루는 가운데 수면의 파문이 점점 커져, 결국에는 둥근 물결이 연못 전체를 채우는 광경에 대해 말입니다. 이 이미지가 말해주듯, 가까운 사람들과의 참된 우정이 인류 전체에 미치도록 확대시켜 나가지 못할 이유가 대체 무어란 말입니까?(24~25쪽) 

 

상처받지 않으면서, 좋은 만남만을 경험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피할 수 없이 때로는 고통을 경험하고 내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인간관계로 인해 힘들어하기도 한다. 잘못된 만남을 왜 피하지 못했을까 하고 전전긍긍하기보다 오히려 그 만남 덕분에 나에게 그만큼의 성장이 이루어졌음을 깨닫는 것... 확실히 쉬운 경지는 아니다. 하지만 그런 큰 마음가짐을 닮고 싶다. 그런 성숙한 눈으로 내 주변 사람들과 나 자신을, 나를 둘러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자신의 삶의 중요한 숙제가 '내려놓는 법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하는 알렉산드르 졸리앙. 사실 나는 그동안 '내려놓는다'는 말을, 뭐랄까 현실을 외면하거나 나에게 주어진 것들을 그냥 수동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개념으로 이해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말하는 '내려놓음'이란 포기나 단념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자신을 흔쾌히 내려놓을수록 더 능동적이 되고, 삶의 여러 상황에 보다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그의 이야기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가진 내면의 상처들을 깡그리 치유하는 것에 목매지 말고, 치유가 꼭 아니더라도 상처와 더불어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달으라는 것. 내 삶의 결핍들이 내는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고 좀 더 귀를 기울이고 그를 친구로 받아들이려 노력하라는 것. 이 책에서 건져올린 지혜들을 내 삶의 자양분으로 삼고싶다. 마음이 따스해지고 깊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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