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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 - 사람을 살리는 협동조합기업의 힘 ㅣ 이슈북 7
신성식.차형석 지음 / 알마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협동조합, 참 좋다>는 책을 재미있게 꼭꼭 소화시키면서 읽었던 기억이 있어, 같은 저자의 책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펴 들었다. 협동조합이란 개념이 생소했던 나에게 '이런 것이 협동조합이야'하고, 현장을 직접 취재하고 인터뷰한 사진과 대화를 통해 조곤조곤 친절하게 알려주었던 책이 <협동조합, 참 좋다>였다.
이 책 <당신의 쇼핑이 세상을 바꾼다>도 인터뷰집의 형식인데, 19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생협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생협 1세대'인 아이쿱 생협 신성식 대표와의 집중 탐구시간이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협동조합이라 할 수 있는 아이쿱생협의 출발부터 지금까지를 들여다보면서, 현장의 이야기와 현장에서 건져올린 배움을 얻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단 시집 두께만한 얇은 책이라 꽤 호흡이 빠르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부터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바로 본론으로 넘어간다. 협동조합의 가치와 장점에 대해 감을 좀 잡아놓은 상태에서(이를테면<협동조합, 참 좋다>같은 친절한 기본서를 먼저 읽고나서^^) 이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
책에 나오는, '윤리적 소비가 윤리적 생산을 좌우한다'는 말에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매일 먹는 음식과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물건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나에게 왔는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살아야지, 하고 마음먹는다. 하지만 이리저리 바쁜 일상에 치이다보면 또 어느순간 해이해져 버리기도 한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내키는 대로 지갑을 열고 만족하는 순간들이 (부끄럽게도) 적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나 하나쯤이야'하는 생각을 버리고 '나 하나부터'하는 생각으로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런 귀한 생각과 행동들이 모여서 '다른 선택이 가능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회를 좀더 따뜻하게 바꾸려면 결국 소비자들이 올바른 소비를 하고 행동에 나서는 게 필요해요. 소비가 생산을 결정합니다. 소비자의 선택이 어떤 생산을 하게 하는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치적 선택만큼이나 쇼핑이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117쪽)' 그래서 '쇼핑이 투표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소비도 윤리적으로, 생산도 윤리적으로... 승자독식이 아니라 함께 협력하며 상생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인터뷰이 신성식 대표는 생협의 불모지와 다름없는 이 사회에서 그동안 적지않은 성과를 내 왔으면서도, 현실적인 시선을 놓지 않는다. 분명 '사회적 필요는 커졌지만 그럼에도 협동조합 생태계가 단기간에 발전할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110쪽)고 말하며,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모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다. 거대한 자본을 거느린 기업들의 독과점, 날이 갈수록 더욱 치열해지는 그들과의 경쟁 속에서 건강한 협동조합 생태계를 일구어간다는 것은 처음에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로 여겨지지 않았을까. 마치 거대한 거인에게 돌팔매질로 맞서기로 한 작은 소년처럼 말이다. 한국은 너무나 빠르게 대기업 중심의 자본주의라는 구조를 만들어냈고, '느리게 가도라도 함께 나아가는' 시스템이 자리잡기에 모든 토양은 너무나 척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현실에 발을 굳게 디디면서도 함께 나아가는 것을 택한 사람들이 있었다. 협동조합 생태계가 우리 사회에 건강하고 튼튼한 뿌리를 내릴 미래를 벅찬 마음으로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