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와 나 창비청소년문학 48
김중미 지음 / 창비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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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도 더 전의 일인데도, 재개발에 밀린 괭이부리말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의 그 감동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래서 김중미 작가의 첫 청소년소설인 이 책에 더욱 기대감을 가지고 펼쳐 들었다.

 

 학교폭력의 구조적인 문제점, 그 속에서 고통받고 고꾸라지기도 하고 끊임없이 길을 찾으려하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작가는 역시 너무나 현실감있게, 살아있는 목소리들로 그려냈다. 읽으면서 그들의 아픔이 너무나 생생하게 와 닿아서 마음이 아렸다. 무엇보다도, 작가는 섣불리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어른의 눈높이에서 쉽게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물론 희망을 조심스럽게 꺼내놓지만, 그것은 단박에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는 허황된 희망이 아니다. 근본적인 가치의 전환 없이는 거대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서 품는 가느다란 깜부기불같은 희망이다. 그래서 더 애처롭고 더 절실하게 느껴지는지도.

 

 흔히들 학교를 사회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지배하는, 모두가 눈에 불을 켜고 경쟁하는 것이 당연한 사회에서 학교 울타리 속의 청소년들에게만 교과서에 나오는대로 '대화와 협력'을 강조하는 것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일인지...

 그래서인지,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 중에서 특히 차별과 폭력을 방치하는 학교 현장의 부조리함을 이야기하는 것에 진한 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성적순으로 우열반을 나누어 교실이나 선생님 배정 등에서부터 차이를 두는 것, 복장단속이라는 명분으로 선배들의 횡포를 묵인하는 것, 규율만을 강조하면서 불합리한 점이 생겨도 학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 물론 소설 속에서는 좀 더 격하게 묘사된 부분이 있긴 해도, 엄연한 현실의 반영이라는 점을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학교 폭력은 모든 이들의 묵인과 방조를 통해 생명을 이어 간다'(264쪽)는 이야기에 정말로 공감한다. 하지만 거대한 불의에 맞서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는 것, 용기와 양심을 지켜간다는 것은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다수 속에 잠겨 있으면 불의를 불의라고 느끼지 못한다. 침묵하고 모른 척 한다는 것도 가해의 일부라는 것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심리니까.

하지만... 모든 청소년들이 평등하게 행복할 수는 없더라도, 폭력의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만은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학교가 축복의 장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매일매일이 지옥인 곳이 되지만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다보면 이런 당연한 이야기가 지켜지지 않는 진실을 대면하게 된다. 그리고, 그럼에도, 폭력에 저항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작은 용기들이 모여 언젠가는 현실을 변화시킬 거라는, 그런 작은 희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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