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레시피 -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를 식탁으로 초대하다
김경윤 지음, 최정규 그림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공자, 부처, 소크라테스, 예수를 한 가족의 식탁에 초대하여 함께 대화를 나눈다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시작해서 그들과 가족이 나눈 대화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다. 4대 성인 모두 일상에서 제자들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대화를 즐기며 자신의 지혜를 나누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인지 성준, 민주네 아빠의 '소환마법'으로 차례대로 집으로 초대된 성인들은 시대와 공간을 훌쩍 뛰어넘어 격의없는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한다.

 

제목에서도 '레시피'라는 말이 나왔고 식탁에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는 이야기니까 어떤 음식이 나올까, 성인들을 초대한 식탁 준비를 가족끼리 도와서 어떻게 할까 궁금한 마음이 일었는데, 너무 기대를 많이 했나보다. 초대되는 성인 한 명당 한 페이지씩, '레시피 예습하기'라는 제목을 붙여 세 끼 식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나오는 것이 전부이다.

각 성인들에게 전해져오는 이야기와 상징에 맞추어 음식을 선정하고 의미를 부여한 소박한 식탁. 제자들과 여기저기 떠돌며 살았던 공자의 삶을 기억하는 의미에서 칼국수를, 부처가 극단적인 금욕을 깼을 때 한 여인이 공양해 건강을 회복시켜주었던 유미죽과 비슷한 우유 수프를, 산파였던 소크라테스의 어머니를 생각하고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을 연상시키는 미역국을, 오병이어의 기적을 일으킨 예수에게는 무지개떡과 고갈비백반을 준비한 식탁에서 성인들과 함께 대화를 즐기는 장면을 상상하며 읽으니 즐거웠다. 하지만 역시 '레시피'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한 느낌. 하긴 레시피가 주제가 아니라 성인들과 나누는 대화가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젯밥에 더 관심을 두는 취향 덕분이려나^^;)... 내친김에 가정주부인 엄마 혼자 성인들에게 내놓을 메뉴를 고민하고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 아이디어를 짜고 함께 도와 준비했으면 더 의미있는 식탁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이런 아쉬움이 살짝 남긴 해도 이 책은 청소년들과 함께 부담없이 읽으며 여러가지 생각들을 나누고 대화하기에 좋은 책이다. 성인들이 깨달은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일상의 삶에 와 닿게 이야기로 풀어가려는 저자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본격적인 성인과의 대화 다음에 가족끼리 이번 초대에서 배웠던 점을 함께 나누며 정리하는 시간을 갖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각 장의 마지막에 나오는 '인문학 디저트'인 만화도 맛깔스럽고 좋았다. 다만 만화를 디저트가 아닌 애피타이저로 대화 앞에 배치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대한 성인이 활동하던 시대와 역사적 배경을 비롯한 여러 지식들이 만화에 풍성하게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고달픈 일이다. 정말이지 '너희들 때가 제일 좋다'라는 말을 하는 어른들의 무심함이 얼마나 기가 막힐까. 하지만 인류의 위대한 스승 4대 성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힘든 시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 있을 거라고 믿으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