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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날은 없다 ㅣ 단비청소년 문학 1
조에 벡 지음, 정성원 옮김 / 단비청소년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죽고 싶은 날은 없다, 제목이 어쩐지 맘에 드는 이 소설의 시작은 이렇다.
'운이 좋다면 개학하기 전에 죽고 싶다.'
열 여섯, 하지만 아직 변성기가 오지 않은 에드바르트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괴롭히는 헹크는 얼마나 '살기 싫게' 만드는 존재였을까. 늘 자신을 본체만체하는 콘스탄체도. 그렇게 열 여섯다운 고민과 열 여섯다운 방황을 하는 에드바르트는 블로그에 비공개로 일기를 쓴다. 귀엽기도 하고, 공감이 가기도 하고, 또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해 주기도 하는 솔직담백한 에드바르트의 내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시간... 즐거웠다.
현실의 콘스탄체와는 달리, 페이스북의 제이슨에게 콘스탄체는 뜨거운 관심과 반응을 보인다. 에드바르트가 그런 콘스탄체를 보며 느끼는 절망감과 배신감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도 남았다. 그리고 원래 존재하지도 않았던 존재인 제이슨의 죽음에 대한 추모의 열기와 온갖 음모론들은 우리의 사이버 현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가끔 우리는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가상인지에 대해, 무엇에 대해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쓸 것인가에 대해서 갈팡질팡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래도 에드바르트는 운이 좋은 소년이란 생각이 든다. 조금은 괴짜인 면도 있지만 아들을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무엇보다 '1등주의'가 아닌 에드바르트 자신의 삶을 즐기며 살기를 바라는 진보적인 부모님, 그리고 처음의 만남은 비록 개똥으로 시작되었지만 에드바르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개인교습을 해주고 과학과 천문학에 대한 애정을 심어준 옆집 할아버지, 여자 같지는 않지만 에드바르트가 마음을 터놓을 수 있고 공감과 지지를 아끼지 않는 멋진 소녀 칼리... 그들이 있기에 '죽고 싶은 날은 없다'는 것일 것이다.
특히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별>이라는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한 옆집 할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에드바르트의 엄마와 친구들끼리 집을 점거하고 농성하는 부분은 인상깊었다. 에드바르트가 존경하고 애정을 가진 사람을 위해서, 잘못된 사회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리라는 기분좋은 느낌도 들었다. 에드바르트의 엄마, 멋지다. 우리 현실에서는 만나기 힘든 캐릭터라는 사실이 안타깝지만...(십대 아들이 공부는 안하고 농성하는 것을 지지해 줄 엄마가 흔할까). 성장과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현실을 여러 면에서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에드바르트와의 만남, 유쾌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