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지음, 안진이 옮김 / 청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고 있던 중에 부고를 들었다. 암으로 오랫동안 투병 중이셨던 엄마의 친한 친구 분이 세상을 뜨신 것이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무척 예뻐해 주셨고 우리 가족과는 친척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오던 분이라, 엄마는 물론이고 온 가족 모두 무거운 공기 속에 잠겨 있었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삶이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것처럼 살고 있지만, 사실 죽음을 향해 가고 있는 유한한 존재라는 것.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역시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을 수는 없다는 것. 참 당연한 것인데, 일상을 정신없이 일궈 가면서 잊고 있었던 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분이 평화롭게 잠드시기를 빌면서, 이 책의 제목을 다시 들여다본다. '죽을 때까지 삶에서 놓지 말아야 할 것들'. 가슴에 무척 와 닿는 제목이다.

 

죽음을 생각하면 우리는 일종의 대차대조표 같은 것을 마음 속에 그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즉, 정말로 내 삶에 꼭 필요하고 소중한 것이 아닌데 집착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한 발짝 여유로운 마음을 갖고 마이너스 쪽에 놓아 보는 것. 그리고 이 책의 제목처럼 '죽을 때까지 놓지 말아야 할', 꼭 품고 끝까지 소중하게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진정어린 마음으로 플러스 쪽에 놓아보는 것. 이런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어내려갔다. 문화인류학자인 작가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작가 본인의 이야기도 포함해서) 그들에게 전해들은 삶의 이야기를 촘촘히 전해주는 이 책은 따뜻했고,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했다.

금속 세공사, 사회운동가, 영화배우, 사제, 동성애자... 작가가 인터뷰한 인물들은 제각각 다채롭고 풍요롭게 자신들의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들이었다. 작가 베이트슨은 진심으로 인터뷰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또 적극적으로 그 속에 개입하면서(문화인류학자라 그런가, 무척 다양한 분야에 관심과 지식이 많은 인터뷰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진행해나간다.

 

삶의 본질이 다채로운 것이니, 정해진 하나의 삶의 정답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우리는 이렇게 아름답게 나이들어가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 속에서 다양한 간접체험을 하고 다채로운 배움을 얻을 수 있다. 베이트슨이 인터뷰이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이끌어낸 여러 화두들은 다 진지하게 곱씹으며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던져 주었는데, 내게는 특히 '유산'이란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보통 '유산'하면 물질적인 것만을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매력적이고 생각이 깊은 배우 제인 폰다가 베이트슨의 유산에 대한 질문에 "나의 인생 이야기"라고 대답했듯이, 언젠가 내가 세상을 떠날 때 물질적, 금전적 유산뿐만 아니라 내가 평생 동안 노력해서 만들어낸 나의 삶을 하나의 본보기로 물려주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나의 하루들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많은 인생 선배들의 생생하고 진심어린 목소리가 내 안을 가득 채워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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