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앞머리 ‘저자의 글’에 나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의 한 토막은 내가 좋아하는 대목이기도 해서 반가웠다. ‘남이 만들어 놓은 지도’위에서 가고 싶은 곳을 찾아갈 것이 아니라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앨리스에게 말해주는 벽의 얘기다. 하나뿐인 내 삶을 어떻게 완성해갈 것인지를 알려줄 나만의 지도를, 나는 얼마나 충실히 그리고 있을까를 생각하게 해 주는 이야기 같다.
어떻게 나 자신만의 삶의 지도를 만들어야 할 것인지, 그 지도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야 할 것인지, 지도를 향해 나아가다가 힘들거나 지칠 때면 어떻게 힘을 얻을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 마더 테레사, 스티븐 호킹, 마리아 몬테소리, 앨리슨 래퍼, 넬슨 만델라, 앤드류 카네기, 제인 구달 등 널리 알려진 인물들의 이야기도 있었고 전설적인 뇌성마비 세일즈맨 빌 포터나 한국인 최초로 미국 상원의원이 된 신호범, 의사에서 할리우드 코미디 영화배우로 변신한 켄 정 같이 생소하게 들리는 인물들의 이야기들도 있다(개인적으로는 너무 유명한 인물들의 비율이 좀 더 줄었다면 더 읽는 맛이 있었을 것 같다).
특히 한국인 최초로 상원의원에 당선된 후 연거푸 다섯 번 더 당선된 신호범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인생의 참맛은 폭풍 속에서 춤추는 것’이라 말하는 그의 인생역정은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해 주었다. 사소한 것에도 쉽게 실망하고, 폭풍은커녕 바람만 좀 세차게 불어도 금세 휘청거렸던 시간들을 생각하니 부끄러워졌다. 더욱이 그가 성공을 거둔 후 용서와 화해로 세상을 대하는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일찍 부모를 여의고 외숙모로부터 갖은 구박을 당하고 거지생활로 연명해야 했던 소년이 대학교수를 거쳐 미국인도 인정한 훌륭한 정치지도자가 된 것은 분명 인생역전이고 빛나는 성공스토리다. 하지만 그 후 자신을 그리도 힘들게 했던 외숙모와 아버지를 용서하고 기꺼이 돕고, 고아들을 입양해 키우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주며 사는 모습은 성공이란 단어를 넘어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소개되는 각 인물들의 이야기 분량도 부담스럽지 않고, 엮은이가 이야기하는 부분이 아예 따로 ‘플러스 메시지’로 정리되어 있는 구성도 깔끔했다. 여러 훌륭한 인물들을 소개하면서 엮은이 자신의 인생 얘기가 너무 자주 끼어드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봐 와서일까, 군더더기 없이 핵심 인물들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해 주어서 좋았다. 책 머리글에 나왔듯이 자기계발서라기 보다는 위인전 여러 권을 읽은 느낌이다.
남이 만들어낸 지도가 아닌, 자신의 가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자신만의 삶의 지도를 훌륭히 만들어 낸 사람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헛되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벅차온다. 오늘이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고 생각하라고 하셨던 김수환 추기경님의 말씀처럼, 그렇게 내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살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