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미래인가 - 위기 이후 세계를 위한 토플러의 제언
앨빈 토플러 지음, 김원호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의 독립 출판사인 사우스엔드프레스가 너무나도 유명한 미래학자 엘빈 토플러와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느낌은, 이 인터뷰가 이루어지던 시점이 1983년이었다는 것에 대한 경이로움이었다. 혜안이라는 단어는 아마도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거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산업사회의 한 가운데서 그가 예측했던 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들은 너무나 예리하고 정확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갔다 온 것처럼(진부한 비유지만 자꾸 생각나서...^^;), 경제구조의 변화, 노동 특성의 변화, 정보 시대의 정치의 흐름을 구체적으로 짚어내고 분석해낸다. 책을 읽으면서 몇 년 전 어디선가에서 읽었던 기사 한 토막이 떠올랐다. 엘빈 토플러가 매일 아침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시각으로 발행되는 여러 종류의 신문들을 읽느라고 손끝이 까맣게 되곤 한다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여튼 그런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의 축적이 엄청난 깊이의 내공을 만들어내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이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예견’이라는 제목으로 경제, 노동, 자본주의와 사회주의, 정치와 성 역할, 문화 등의 다채로운 영역들에서 일어날 변화에 대한 이야기이고 2부 ‘전제’는 엘빈 토플러의 개인적 배경과 연구 방식, 지식 모델 등에 대한 대화와 학문으로서의 미래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다가오고 있는 미래의 모습들을 예측하기 위한 도구들에 대한 논의 등을 다룬다. 1부도 흥미롭게 읽었지만 2부의 내용도 신선하고 자극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다른 대부분의 석학들과 달리 엘빈 토플러가 젊은 시절 블루칼라 노동자로서 수년간 일했다는 이야기는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는 대학졸업후 공장에서 천공 프레스를 돌리고, 주물 공장과 자동차 공장에서도 일했다고 한다.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일을 하는 것이 진짜 어른이 되는 길, 진짜 세상을 경험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던, 포도 농사를 지었던 존 스타인벡과 바다로 나갔던 잭 런던을 생각하면서 ‘언젠가는 노동 계급으로서의 삶에 대한 위대한 소설을 쓸 수 있을 거라는 꿈’을 꾸고 있었던 젊은 시절의 엘빈 토플러를 떠올리는 일은 무척 즐거웠다.

그렇게, 존경하던 소설가들을 가슴에 품고서 현장에 나가 노동을 했던 문학청년은 노동업계 소식지에 글을 기고하기 시작했다(처음에는 용접에 대한 글로 시작했다고 한다.^^;). 그 후 노동계 언론사의 기자로, 프리랜서 기자로, <포춘>의 칼럼니스트로... 그리고 저널리스트로 일하던 무명의 토플러를 세계적 지식인의 반열에 올려놓은 <미래 쇼크>의 출간. 그렇게 얼핏 승승장구로 보이는 그의 이력 뒤에, 낭만적인 이상을 품고 있었던 한 젊은이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자기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기 훨씬 전부터 혼자 글을 쓰고 또 썼을 그 젊은이의 모습이.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쓰는 법’을 비롯한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 준 그 시절에 대해서는 일말의 후회가 없다고 엘빈 토플러는 말한다. 아마도 그것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을 한 순간도 헛되이 살지 않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당당함일 것이다.

 

우리가 현재에 취하는 행동은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토플러가 미래 그 자체를 위한 미래는 의미가 없다고 했듯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단 하나의 미래란 없으며 오직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할 뿐. 미래에 대해, 그리고 그 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책을 덮기가 아쉬워 파라락 넘기다가 새뮤얼 버틀러의 이 말에 눈길이 간다. ‘삶이란 불충분한 전제로부터 충분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예술이다.’ 아마 엘빈 토플러의 삶도, 그의 연구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바라건대 우리의 삶도 그렇게, 불확실한 미래를 충만히 살아갈 수 있는 예술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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