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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과 윤리 - 출간 30주년 기념판
피터 싱어 지음, 김성한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10월
평점 :
사회생물학으로 유명한 세계적 석학, 에드워드 윌슨의 책을 내가 처음 접했던 것은 2년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사이언스북스에서 나온 <바이오필리아>라는 책이었는데, 그 후로 그의 이름이 들어간 책은 꼭 샀다. 인간의 생명 사랑, 즉 바이오필리아 경향에서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랑과 나아가 환경 보전의 윤리를 재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거대한 지적 비전은 무척 감동적이었다.
사실 피터싱어의 이 책 <사회생물학과 윤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도, 1975년 에드워드 윌슨이 낸 책 <사회생물학:새로운 종합>에 대한 일종의 반박서라는 점에 호기심이 생겼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윌슨과 피터싱어를 둘 다 존경하는 내가 과연 누구 편(?)에 좀 더 서게 될까도 궁금했다. 사실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과 이 책을 같이 읽고픈 욕심이 있었는데, 민음사에서 10년 전에 나왔던 사회생물학은 이미 절판된지 오래여서 구하는데 실패했다. 안타깝다. 페어플레이를 하기가 힘들어졌으니.^^;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피터싱어는 윌슨이 사회적 행동의 진화에 관한 이론을 인간에게 적용한 것에 대해 '이와 같은 분야(윤리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과학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윌슨이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는 것, 윌슨의 접근 방식이 윤리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 워낙 피터싱어의 논리전개가 치밀해서 그냥 끄덕끄덕하면서 읽었다.
사회생물학과 윤리, 이 책의 원제는 Expanding Circle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동물해방>을 읽어서일까. 종차별주의를 넘어서서 연민과 책임을 가져야 할 대상을 우리의 종 이상으로 확장시키자는 그의 논리에 감화를 받아서였을까. 우리가 관심을 갖는 대상의 경계를 확장한다, 즉 도덕적 경계를 넓혀 나간다는 서문의 이 말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런데 만약 1944년에 커다란 변동성과 의사소통의 확대가 변화를 가져오고 있었다면, 현재 일어나고 있는 그 당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커다란 변화, 즉 전 세계의 사람들을 서로 연결하고, 지금까지 외부로부터의 지식에 거의 접근하지 못했던 공동체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있는 변화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인가? 실험은 진행 중이며, 이는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얼마만큼 도덕적 발전을 이루고, 얼마만큼 우리가 관심을 갖는 대상의 경계를 확장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두고 볼 일이다. (2011년판 서문에서)
진화와 윤리의 관계에 관한 전반적인 문제를 치밀하게 분석하는 이 책을 읽으며 또 하나 실감. 아, 아직 내가 책읽기의 내공이 많이 부족하구나하는 것. 몸을 단련하듯 책읽기의 근육도 단련해야겠다는 결심을 새로이 하게 되었다. 아, 또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한 공을 성실한 역자에게 돌리고 싶다. 각 장 앞마다 잘 정리되어 있던 요약문도, 본문에서의 각주도 모두 이 책을 이해하는데 정말로 큰 도움을 주었다. 책을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역자후기까지 꼭꼭 잘 씹어먹을 수 있었다. 좋은 번역이 좋은 책을 만든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한번 깨닫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