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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생각처럼 대화가 되지 않을까? - 인간관계의 갈등과 오해를 없애주는 소통의 기술
앤드류 뉴버그 & 마크 로버트 월드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알키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진정한 소통과 이해에 늘 목말라한다. 상대방에게 무심코 했던 말이 생각지도 않은 불씨가 되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상대방이 내게 별 뜻없이 던진 한마디를 곱씹어 상처입기도 한다.
왜 생각처럼 대화가 되지 않는걸까. 제목과 표지부터가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그리고 자기관리 도서로 분류되는 책이지만 인문학적인 냄새가 물씬 풍기는 점이 좋았다.
이 책에서는 ‘연민소통’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뇌 스캔 실험 등을 비롯한 많은 연구결과에 따르면, 효과적인 소통은 신경의 공명에 달려 있으며, 소통이 원활하지 못할 때 신경은 서로 결합하지 못한다고 한다. 즉 소통이란 한 사람의 뇌가 상대의 뇌와 얼마나 조화롭게 공명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뇌의 뛰어난 상상력을 이용하여 누군가와 공명하고 공감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끄덕끄덕.
연민소통의 기본 요소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의 핵심가치를 존중해주는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회의실 밖에서, 혹은 집으로 들어가기 전에 잠시 멈추고 이렇게 자문해보는 것이다.
“나는 지금 만나려는 사람의 어떤 점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가?”
이 질문을 자주 던질수록 갈등에 휘말릴 위험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다. (138쪽)
또 책에서는 연민소통을 위한 12단계의 전략들을 제시한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12단계 중의 처음의 6개 단계-긴장을 푼다, 현재에 머문다, 내면의 침묵을 강화한다, 긍정성을 높인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숙고한다, 즐거운 기억에 접속한다-는 누군가와 본격적으로 대화하기 전에 해야하는 일종의 준비운동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생각할 거리를 내게 많이 던져주었다. 우리는 얼마나 입버릇처럼 ‘바쁘다’를 연발하며, 별다른 준비없이 그냥 입밖에 나오는 대로 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잦은가. 내 기억을 짚어봐도, 마음이 평온하지 않은 상태에서 내가 현재에 집중하지 않고 있을 때 상대방에게 했던 말들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했고 ‘괜히 이런 말 했네’하고 후회가 남기도 했던 것 같다. 대화를 나누기 이전에 내 마음가짐을 먼저 충분히 돌아보는 것, 그렇게 정성을 들여 준비한 대화가 서로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 냄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또 준비운동 후의 6단계 전략들은 사실 우리가 익히 많이 들어봤던 이야기들이다. 상대방이 표현하는 비언어적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고, 적절히 감사를 표현하고, 따뜻하게 천천히 말하고, 간단히 말하고 깊이 있게 경청하는 것... 하지만 이 단순해 이는 지침들을 일상에서 제대로 실천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가. 누구나 말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하지만, 진심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연습은 참 부족한 것 같다.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대화란 단지 ‘자신이 말할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되어있는지.
나도 성격이 조급한 탓에 상대방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종종 끼어들어 말해버리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좀 더 천천히 따뜻하게 말해야겠다, 그리고 상대의 말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듣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새로이 다지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은 큰 소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