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 보이
호머 히컴 지음, 송제훈 옮김 / 연암서가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뜨거워졌다. 꿈이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리 힘들고 두려워도 그 꿈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그 꿈을 함께 키워가는 든든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 꿈을 응원하며 용기를 주는 훌륭한 선생님과 여러 사람들이 있다는 것... 책을 덮고 한참동안 가슴이 뭉클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마을 콜우드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를 거부하고 스스로의 꿈을 만들어나간 한 소년이 나를 힘차게 격려해주는 기분이었다.

 

실화가 주는 감동이 한층 더 묵직한, 이 자전적 이야기의 배경인 콜우드는 이제 탄광산업의 쇠퇴와 더불어 점점 기울어가고 있는 탄광마을이다. 누구든 학교를 졸업하면 광업에 종사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곳, 선택지가 처음부터 정해져 있는 듯한 인생...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콜우드는 단순히 서니가 벗어나야만 하는 막막한 현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물론 그는 콜우드의 현실을 딛고 꿈을 이루기 위해 갖은 고생을 하면서 콜우드에 대해 좌절하기도 한다. 콜우드의 현실을 대변하는 인물인, 자신의 꿈을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 아버지 때문에 숨막혀하고 힘들어하지만 그는 끝내 그 몰이해의 벽을 넘어선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콜우드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일부로서 끌어안는다. 그는, 성장한 것이다.

 

나는 일어서면서 차가운 산 공기를 깊이 들이마셨다. 그 순간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언젠가 듀보네 씨는 앞으로 내가 어디에서 무슨 일을 하면서 살든 태어나고 자란 이곳에 내가 속해 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그 말이 이해가 되었다. 콜우드와 이곳 사람들, 그리고 주위의 산들이 나의 일부를 이루고 있었고 나는 그것들의 일부였다. 그것은 시간이 흘러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446쪽).

 

잊히지 않을 것 같은 장면들이 참 많았다. 특히 마지막 장면. 로켓에 대한 아들의 열정을 격려하기보다는 외면하고 반대하며 탄광 일을 이어가주기만을 바랐던 아버지는, 진폐증으로 고통받는 몸으로 처음으로 로켓 발사장을 찾는다. 그리고 결국 로켓 보이즈의 마지막 로켓인 오크 31호의 스위치를 아들과 함께 누른다. 손에 든 모자를 하늘을 향해 휘휘 저으며 큰 소리로 아름답다고 거푸 외치는 아버지... 어떤 마음이었을까. 온갖 어려움과 자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꿈을 이룬 아들이 얼마나 눈물겹고 대견했을까. 그리고 오크 31호가 창공을 날아오르는 동안 로켓 대신 줄곧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던 아들은 또 어떤 마음이었을까.

그토록 완고하던 아버지가 결국 자신의 길을 따뜻하게 격려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들이 깨닫는 순간은 감동적이었다. 몸속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기침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부축하며, “아버지처럼 로켓을 근사하게 발사한 사람은 없었어요.”라고 말하는 아들.

 

꿈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어떤 존재일까. 러시아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호가 발사되던 순간, ‘하나님이 황금마차를 타고 내 머리 위를 지나갔다고 해도 그 순간만큼 황홀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눈을 빛내며 가슴 두근거리던 한 소년이 꾼 꿈은 그의 인생을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그의 주위 사람들의 인생을, 스러져가는 웨스트버지니아의 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바꾸어놓았다. 나까지도 그 꿈에, 그 열정에 전염되는 듯한 행복한 두근거림을 주는 책이었다. 이렇게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책을 읽으며 자주 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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