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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재능이다 - 병으로 병을 없애는 재능화 프로세스
오노코로 신페이 지음, 박은희.송은애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환절기 감기 때문에 한창 골골거리는 동안에 이 책을 읽었다. 일교차가 커지는 즈음이면 꼭 된통 한차례 겪는 일이기에 이제는 그러려니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이 감기도 내 몸이 보내는 어떤 메시지일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귀를 기울이고 내 감기가 가진 에너지를 현명하게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약 17년간 2만 건의 카운슬링을 실시했다는 저자 오노코로 신페이에게는 ‘기적의 치유’로 인해 병을 극복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축구광이었던 초등학교 5학년의 어느 날, 그는 갑자기 급성간염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고 몸은 나날이 쇠약해져 갔다고 한다. 그러다 당시 그에게 동경의 대상이었던 일본축구국가대표선수가 해준 격려의 편지, 그 ‘말의 힘’에 의해 기적적으로 병이 완치됐다는 이야기다.
‘13년 전, 나도 너와 똑같은 병에 걸렸었단다. 이 병은 반드시 나을 테니까 빨리 건강해져서 다시 그라운드에 서기 바란다.’는 짧은 글이 그를 깜짝 놀랄 정도로 회복시켰다는 이야기는, (솔직히 정말로 그랬을까 싶은 마음도 들긴 하지만) 한 소년의 인생을 바꿀 만한 기적이었을 것이다. 마음 한구석에서 ‘이대로 죽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던 그에게 ‘이 병은 나아도 좋다’며 허락해 준 그 편지가 자연치유력을 불러일으켜 준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저자는 덧붙인다. 사람들은 병에 걸리면 의외로, ‘이 병은 나아도 좋다’는 허락을 좀처럼 자신에게 내리지 못하는 법이라고. 진정한 의미에서 ‘나는 건강해져도 좋다’, ‘나는 행복해져도 좋다’고 허락하는 일이 그 열쇠를 쥐고 있는 그 사람의 잠재적인 마음이라고.
책을 읽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런저런 경험들이 떠올랐는데, 내가 몇 년 전 당했던 교통사고도 그 중에 하나다. 그 당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음주운전자가 운전하는 차에 부딪쳐서 어깨와 목의 연골을 다쳤었다.
연골주사를 맞으며 물리치료를 받는 동안 처음에는 ‘어쩌다가 나에게 이런 일이’ 버전이었다. 할 일이 산처럼 쌓여 있는데 하필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을 슬퍼하고 분노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나의 마음이 내 증상의 호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가짐을 바꾸었다. 이런 것쯤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잘 이겨낼 거라고 반복해서 나 자신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고 열심히 물리치료를 했더니 예상했던 시기보다 훨씬 일찍 나았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후유증도 남지 않았다. 물론 사고가 났을 당시 몸이 전반적으로 건강한 상태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계속해서 부정적인 마음을 갖고 물리치료를 했더라면 아마도 그렇게 빨리 회복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지금도 씩씩하게 자전거를 잘 타고 있다. 물론 차는 조심하면서.^^;
‘몸 밖에 나타나는 증상은 몸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를 대신 말해 주는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동양의학의 사상과 관련되는 부분이 많고, 그쪽 분야에 있어서 평소에 관심이 있었기에 꽤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밖으로 나타난 어떤 증상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잠재적 재능과 그 재능을 억압하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고 좋은 마음의 습관과 일상생활 속 습관을 만들어 내면 몸은 그동안 온갖 이상증상들을 만들어내는 데 사용했던 갈등의 에너지를 자유롭게 해방시키면서 그 사람의 재능으로 변해 사라지게 된다는 것.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병을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 것을 거듭 당부한다.
결국은 평소에 자기 몸과 마음이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평소에 몸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사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 것 같다. 사실 병에 걸리거나 다쳤을 때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불완전한 인간인 이상 병이나 사고를 피해갈 도리가 없다면, 저자의 충고대로 그 병의 증상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병이 나를 지배할 수 없도록 내 몸을 해방시키는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