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에게 묻는 심리학
김태형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리학이란 학문을 대표하는 거장들로 손꼽히는 프로이트, 칼 융, 에리히 프롬, 매슬로. 이 중에서 에리히 프롬을 빼고는 나에게 다 한번씩 좌절감(?)을 안겨준 인물들이다. 음, 나름 이것도 반갑군.^^;

 

 막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학교 도서관에서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발견, 대출카드에 누구의 이름도 적혀있지 않은 새 책이라는 것을 알고 설레며 겁없이 빌렸다가 절망(?)했었다. 분명 한글로 되어 있는 책인데, 당췌 무슨 말인지 읽어도 읽어도 알 수가 없었다. 대학 초년생이었을 때는 융의 <원형과 무의식>이라는, 430페이지가 넘는 무지막지한 책을 빌려왔다가 또 절망했다. 막말로 '흰 것이 종이이고 검은 것이 글자구나'하고 막막해했던 기억이 난다. 융의 저서들이 난해하고 모호하기로 유명하다는 상식을 알게 된 것은 그 후 훨씬 지나서였다. 매슬로는 고등학교 때 윤리 교과서에서도 만난 만큼 꽤 친숙하다고 혼자서만 믿고 있었는데,상담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욕구위계이론을 비롯한 기타등등에 대해서 세세하게 뜯어 외워야했기 때문에 또 좌절했다. 아, <꿈의 해석> 이후로 '심리학 이론서=외계어' 공식은 꽤 오랫동안 내 머릿속에 자리잡았나니.

 

 이 책, 퍽 실용적이다. 사실 이름 꽤나 들어본 심리학자들의 대표적 저서들을 세세히 탐독할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우리는 늘 시간에 쫓겨 사는 인생 아니던가. 그래서 저자는 네 심리학의 거장들의 이론들을 잘 요리(?)해서 먹기 좋게 잘 챙겨준다. 읽다보니 그 요리라는 것이 내 입맛에 착착 맞는 부분도 있고 좀 취향에 안 맞는 부분도 있기도 하지만. 암튼 생으로 된 것을 먹을 엄두가 안 났던 나에게는 반가운, 든든한 한 끼인 셈.

 

 저자는 이 대표적인 심리학자들의 대표적인 저서를 선정해서 이해하기 쉽게 핵심을 짚어 설명해 준 후,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다. 오늘날을 사는 우리가 이들의 이론 중에서 올바른 것은 정확히 계승하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혁신해야 한다는 것인데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즉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한 후, 취한 것에서 더 나아가 발전시켜나가는 비판적인 안목을 키우자는 것인데, 음. 솔직히 말하면 이제 겨우 먹기 쉽게 조리해 놓은 음식을 맛보고 있는 단계라, 그 비판적 안목을 내 안에서 자라게 하기에는 아직 (많이) 벅차다. 당연하지. 하지만 초심자의 마음으로, 저자가 조목조목 '이건 이 이론에서 의미있는 부분이다, 요 부분은 혁신해야 하는 부분이다' 하고 설명해 놓은 것들을 네네 하면서 잘 따라가며 읽었다. 저자의 비판의 날이 무척 날카롭다.특히  융과 매슬로의 이론을 비판한 부분에서는 오오오, 맞아 맞아 하면서 격하게 공감했다. 뭐랄까 내가 명확하게 비판을 할 수 있는 자양분이 없어서 그렇지 내내 긁고 싶었던 부분을 누군가가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

 

 한 권의 책에서 심리학의 거장들의 대표적인 저서와 그에 대한 해설, 비판까지 만나볼 수 있었던 책. 이런 책을 읽는 것은 가벼운 책을 읽는 것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들지만, 읽고 나면 '독서의 근육'이 한층 단련된 것 같은 뿌듯함이 든다. 자, 또 전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