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한의사 고은광순의 힐링 - 내 삶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독여 행복해지는 이야기
고은광순 지음 / 유리창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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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제 폐지와 부모 성 함께 쓰기, 종교법인법  제정 운동 등 여러 사회운동에 헌신했던 고은광순. 그녀는 2010년 가을, 태어나 55년 살던 서울을 미련 없이 떠나 충청도 갑사동네에 둥지를 틀었고, 그 곳에서의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전반부는 치매로 말씀을 잃고 누워만 지내시던 어머니와 함께 산 이야기, 그리고 후반부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명상 공동체 마을을 세울 준비를 하면서 시골 생활의 기쁨을 누리는 이야기가 아름답게 펼쳐진다.

 

치매를 앓으시는 어머니, 그 삶의 마지막을 함께 보낸 반년의 이야기는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사실 어머니와 관련한 많은 책들은 눈물 없이 볼 수 없을 희생과 헌신을 다루지만, 이 책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요양원에서 점점 상태가 나빠지시는 어머니를 두고 볼 수 없어 서울에 가족을 남겨두고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향한 지은이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밝고 씩씩하다. 어머니의 수발을 들면서 회한에 젖기 보다는 어머니와 함께 웃을 일 하나 더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지은이의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시작이 있으면 끝도 있는 것, 탄생이 아름다우면 죽음도 아름다운 것. 어머니 가시는 길을 옆에서 조용히 지켜 드리리라, 박수 치며 보내드리리라"라고 말한다. 어머니와 자신이 서로 보물이 되기를 바랐다고 한다.

피골이 상접한 어머니를 글래머로 만드는 작전을 짜고, 기력이 쇠하신 어머니가 식사 중에 잠에 빠져드셨을 때 뜸북새 뻐꾹새 노래를 부르고, 어머니가 입으실 빨간 원피스를 만들고, 큰 콩알만 하던 욕창이 쌀알 크기로 줄어드니 에헤라 디여~ 기뻐하고, 돌아가신 다음에 국화꽃이 무슨 소용이겠냐며 인터넷을 뒤져 연이어 꽃배달을 주문하고, 눈이 쌓인 창밖을 보시다가 "옴마!"하고 내신 감탄소리에 마냥 기뻐하고... 읽으면서 모녀가 함께 하는 장면들이 눈에 그려지는 듯 했다. 한평생 여섯 남매를 키우시며 애쓰신 어머니는, 당신의 마지막을 막내딸과 함께 살 맞대며 보내실 수 있어서 아마도 행복하셨으리라.

 

책의 후반부인 갑사 동네에서 자그마한 한의원을 운영하고 닭을 키우고 틈틈이 명상 캠프와 건강 캠프를 열고, 공동체 마을을 궁리하는 일상의 이야기들도 무척 재미있고 감동적이었다. "신록에 둘러싸여 새소리, 바람 소리 들으며 흙을 만지고 살다보니...(중략)... 신이 없는 곳이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204쪽)"고 지은이가 말하듯이, 자연과 가까이 살며 그 변화를 느낄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이 책을 읽으며 나중에 꼭, 시골에서 살겠다는 생각을 다시 굳히게 되었다(마음은 지금 당장이라도 가고 싶건만...^^;;). 각자 개성이 다채로운 닭들과 병아리들을 보며 즐거워하고, 지극정성으로 알을 품는 암탉에게서 여신의 모습을 보고, 아침저녁 틈틈이 뜯은 머위 잎으로 장아찌를 만들고 쑥으로 효소를 담고, 봄이 되어 뒷산으로 올라가 고사리와 나물을 뜯고, 생전 처음 메주를 만들고 감격하고... 역시 시골 생활은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시골 한의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도 정겹다. 침을 맞으신 후 노래를 불러주시는 할머니 손님, 해진 옷을  입으시고 쨍그랑거리는 걸망을 뒤져 노인 일곱 분에게 무료로 치료를 해 드리라며 돈을 놓고가신 스님, 새벽 6시에 전화해서 일 나가기 전에 침 맞으러 가도 되냐고 묻는 부지런한 손님들...(덕분에 시골 한의사는 더 부지런해졌다고 한다). 그 바쁜 와중에 부모와 떨어져 할머니 집에 사는 아이가 큰아버지의 폭력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듣고 겨울방학동안 함께 지내기도 하고. 그 아이의 게임 중독과 식탐을 극복하기 위해 좌충우돌한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이 따뜻한 오지랖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책에 나오는 말 중에 마음에 남는 것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런 것. 지나간 파도는 아무 소용없으니 생각하지 말고, 미래의 파도도 아직 오지 않은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는 것. 지금 현재에 감사하고 즐기면 미래를 쉽게 맞는 능력도 생긴다는 것. 책을 덮으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새 힘이 솟는 것 같다. 이 책의 부제인 '내 삶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독여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꼭 맞다. 곁에 친구처럼 두고 자주자주 꺼내보고 힘을 얻고 싶은 책을 만난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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