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가 밝혀낸 세계 경제 권력의 향방
자크 아탈리 지음, 권지현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4월
평점 :
절판
세계는 누가 지배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렸을 때부터 참 많은 이야기들을 들어왔던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부터 기억하기로는 미국이 No.1 이었는데 이제 미국의 세력은 빠르게 약해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 그 어느 국가도 미국을 대신해서 국제사회의 현안들을 이끌어갈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지금 발등에 불끄기 급급한 유럽연합이 그럴만한 역량이 있을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뜨는 태양으로 각광받는 중국이 그 주인공이 될 것인지. 하여튼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확실한 것은, 하나의 국가나 지엽적 연합체제로서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세계의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지배력과 역량을 가지기엔 역부족일 것 같다는 것이다.
읽기에 만만치 않은 부분도 있기도 했지만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의 혜안을 들여다볼 수 있었던, 또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즐거운 여정이었다. 그의 말대로 하나로 연결된 세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국가는 단 한 곳도 없는 현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들어가는 글에서 그는 “이제는 탈환해야 할 바스티유 감옥도 없고 퇴위시켜야 할 군주도 없으며 장악해야 할 부처나 궁도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에 기장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예 조종실이 없는 형국(18,19쪽)”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끄덕여지는 말이었다. 그것이 기존의 권력기구 속에 편입된 세계정부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전 지구적인 민주주의 정부를 우리가 구상해야 할 이유일 것이다.
사실 처음에는 그가 제안하는 초국적 차원의 정부에 대해서 너무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미래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구와 인류 전체의 이익을 돌보고, 약소국의 정체성과 문화 보호를 도우고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권리를 존중하고... 과연 이런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하지만 자크 아탈리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도 현실 세계에서 그런 정부 설립은 불가능하니, 더 규모가 작고 실용적이며 기존의 기구들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가자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그에 대한 전망과 가능성을 찾아 제시해 주는데 이 부분이 이 책의 백미라는 생각이 든다. 고대부터 시작해 세계의 역사, 정치, 문화, 경제를 가로지르는 해박함과 통찰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책을 덮는데 문득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말이 생각났다. “우리가 중대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그 문제가 발생했을 때와 같은 수준의 사고로는 해결할 수 없다.” 아마 자크 아탈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대안을 위해 나아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