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념찬 청춘 - 원하는 것을 스스로 요구하는 정치적 주체
조윤호 지음 / 씨네21북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그리 얇지 않은 두께의 책이었는데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갔다. 89년생, 내 동생과 동갑인 나이의 저자가 20대들을 향해 쏟아내는 거침없는 목소리가 싱그러웠고 든든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10대 때부터 겪었던 10여년의 경험들은 내가 겪었던 시간들과도 오버랩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책장을 넘기면서, 잊을 수 없이 생생하게 내 안에 새겨져 있는 여러 시간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효순이 미선이 사건, 한미 FTA, 이라크 파병, 김선일의 납치와 피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2007년 정권교체,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88만원 세대’의 하나였던 나는 분노했고, 주변의 뜻이 맞는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고, 촛불을 들었다. 환희를 맛보기도 했고, 깊은 실망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저자가 말했듯, ‘정치가 우리 사회 구성원 한 사람의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를’ 나도 온몸으로 경험했던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요구하는 정치적 주체, 개념찬 청춘이 되자”. 저자의 메시지는 명쾌하고 또 간절하다. 그도 하마터면 최악의 길로 빠질 뻔했다고 고백한다. 그가 희망을 품고 응원을 보냈던, 스스로를 ‘개혁 세력’라 말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변질해 가는지를 지켜보았기 때문이었다. 그 최악의 길이란 정치 자체에 대한 혐오, ‘그놈이 그놈’이니 정치에 대해 일말의 기대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냉소주의이다. 하지만 그는 그 냉소주의를 극복하자고, 삶이 퍽퍽해질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정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수록 삶은 더욱 퍽퍽해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자고 외친다.

 

“...나는 ‘정치’가 단순히 선거가 있을 때 투표하는 것, 국회의사당에서 국회의원들끼리 모여 떠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지키고 이루기 위해서는 ‘그 이상’을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287쪽)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이다. 사실, 오늘날 20대가 처한 상황은 너무나 힘겹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등록금과 취업 문제 같은 개인적인 문제만으로도 사실 벅차다. <88만원 세대>에서는 20대에게 ‘토플 책을 덮고 바리케이트를 치고 짱돌을 들으라’고 패기만만하게 말했지만, 사실 당사자인 20대에게, 너무나 불안정한 삶을 살고 있는 20대에게 토플 책을 덮고 연대해 싸우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아니 그렇기에 더더욱 원자화 혹은 개인화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의 마지막 장의 저자의 체험기는 특히 감동적이었다. 스물두 살에 가출을 감행해서,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끼리 ‘공동생활전선’이라는 20대 생활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연대라는 가치를 살려 내기 위해서 독립을 감행한 것이다. 모두가 원하는 가치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행동에 옮긴다는 것, 그 아름다운 연대의 기록들을 읽으며 내 가슴도 함께 뛰는 듯 했다. 대학생들이 반값 등록금을 외치며 거리를 뛰어다닐 때, 홍익대와 고려대의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해고를 당했을 때, 한진중공업의 부당 해고에 맞선 ‘소금꽃나무’ 김진숙을 도와 희망버스에 탔을 때... 그는 그 현장에서 함께 울고 웃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을 스스로 요구하는 정치적인 주체가 된다는 것, 거창하게 들리는 말이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 중에 정치와 관련되지 않은 것들이 어디 있겠는가. 내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작은 일이라도 참여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 그것이 저자의 말대로 우리의 퍽퍽한 삶의 숨통을 틔워 줄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 믿는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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