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게 될 거야 - 사진작가 고빈의 아름다운 시간으로의 초대
고빈 글.사진 / 담소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대리만족을 위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에 대한 준비(?) 삼아, 한동안 여행 에세이들을 책장 몇 칸에 빽빽하도록 꽂아놓고 읽다가 시들해진 참이었다. 일단 언제부턴가 여행 에세이들이 엄청나게 많아졌고, 그 홍수들 속에서 어디에 가 보니 멋있더라, 이것을 먹어보니 맛있더라하는 차원에 머무르는 것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정말 영혼을 뛰게 하는 사진들과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흔치 않았다. 아 그런데 이 책을 만나고 나니, 오랜만에 두근거렸다. 마음이 봄날처럼 푸근해지는 느낌. 지금 내 마음은 인도와 네팔, 티베트의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고 있다.^^;

 

‘나의 여행은 온통 동물들과의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다’(13쪽)는 그의 말처럼, 그의 여정에는 동물들과의 특별한 인연들이 많은데 그것이 이 책을 더욱 따스하게 느껴지게 했다. 우연하게 여행의 동반자가 된 힌두쿠시 계곡에서 만난 당나귀 이야기, 푸리 해변에서 만났던 하얀 개 시봄과 베나레스 강변의 차멜리 이야기, 히말라야 계곡의 염소족과 물소족 이야기, 타르 사막에서 만난 신비로운 파란소 이야기... 신비로운 동화를 읽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때묻지 않은 동물들과 여행자가 만나고 헤어지며 일어난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으며 깔깔 웃기도 하고 마음이 저릿해지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차멜리의 새끼, 차멜리는 지금도 베나레스 강변의 신전에서 네 마리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을까? 신비로운 파란소 닐가이는 여전히 망고 피클을 좋아할까?

 

현지인들을 담은 사진들도 느낌이 참 좋다. 독특한 공통점이 있는데, 인물 사진들이 거의 다 똑바로 정면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가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들과 내가 동등하게 마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그들을 단순한 호기심으로 구경하면서 카메라를 들이댄 것이 아니라, 그들과 진심으로 어우러져서 찍은 사진이라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아이들의 정직한 눈빛, 때묻지 않은 웃음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말갛게 씻기는 느낌이다. 이 책, 자주 들여다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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