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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마지막 순간, 나는 학생이 되었다 - 북미 최고의 치유심리학자 기 코르노의 자전 스토리
기 코르노 지음, 김성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평생 아픈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해온 치유 심리학자에게 어느 날 청천벽력처럼 닥친 말기암 선고. 그가 담담히, 진솔하게 써내려간 자신의 이야기에는 실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과 따뜻한 위안, 힘찬 격려가 있었다.
처음에 그는 (당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억울함과 분노와 무기력함에 사로잡혀 우울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절망하고 주저앉는 대신, 자신의 심리상태를 다스리는 훈련과 명상을 시작한다. 그의 투병 기록을, 자신의 어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 내면의 상처들을, 그리고 현재 그것들을 대면하는 자세를 읽으면서 사람이란 얼마나 놀라운 존재인가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누구나 상처받은 기억들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아픔들을 갖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 아픔들을 치유하고, 성장하고 나아가기도 한다. 그 과정들이 얼마나... 애처롭고, 또 절실한지.
‘그냥 죽고 다른 몸으로 태어나고 싶었다’(198쪽)고 표현했을 만큼 힘겨웠던 화학요법의 영향은 쉽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는 시골 별장에 머무르며 음악을 연주하고 시를 쓴다. 그것이 그에게는 무엇보다 커다란 치유였으리라. 그러다가 뜻밖에 극본을 써보지 않겠느냐는 제의를 받기도 한다. 유년기 때 연극배우를 꿈꾸었으나 부모님의 기대에 맞는 다른 삶의 방향을 택한 그에게 그 제안은 얼마나 놀라운 것이었을까. 자신이 쓴 극본이 무대에서 공연되는 것을 본 그는, “숨 쉬는 것 자체가 축복이었다”(257쪽)고 표현한다. 어릴 적 간절히 꿈꾸었던 것이 시간이 흘러 다른 형태로 실현되었다는 것, 암세포와 싸우면서도 그 꿈을 현실로 옮긴 그는 얼마나 벅찼을까 생각하니 내 마음도 덩달아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죽음의 공포와 싸우면서, 암이라는 시련과 마주하면서 그는 차차 이전까지 몰랐던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게 된다. 암은 그에게 분명히 혹독한 시련이었지만, 그 시련이 그에게 새로운 눈을 뜨게 한 것이다.
그는 ‘산다고 애쓰는 데 인생을 허비하지 말라’고 말한다. 의무감과 책임감을 수행하는 인생, 공을 쌓고 인정받으려 애쓰는 인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기쁨을 음미하는 것, 그런 마음가짐으로 인생에 온건히 집중할 때 우리는 삶의 본질을 맛보는 것이라는 그의 말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가 책속에서 인용했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한 구절을 기억한다. “중요한 것은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까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삶에 무엇을 보여주느냐 하는 것이었다. 삶이 의미가 있는 건지 질문하는 대신, 매일 매 순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는 사실을 생각해야 했다.”(214쪽)
정말, 그렇다. 매일, 매 순간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나 자신, 그리고 이 순간은 다시는 오지 않는 것. 이 책을 덮으며,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기보다 나 자신의 인정을 받으려고 노력해야겠다는 것, 무엇보다도 현재의 순간을 마음껏 음미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새로이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