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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ㅣ 1881 함께 읽는 교양 12
장 폴 주아리 지음, 이보경 옮김 / 함께읽는책 / 2012년 3월
평점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4월 11일 총선과 12월 19일 대선. 올 한 해는 이 두 선거로 온통 세상이 떠들썩한 분위기가 될 것 같다. “민주주의의 꽃은 선거”라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투표권 행사는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이 되는, 국민의 대표자를 뽑는 투표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이다... 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겠지만, 사실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정치인들 하는 꼴을 보니 울화통이 터져서, 투표를 시큰둥하게 여기는 것 같다. 내 주변만 해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4월 11일 총선에 투표에는 별 관심 없고 그냥 하루 노는 날이라는 데에만 의의를 두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니.
샛노란 표지의 책이 인상적이다. 처음엔 이 책이 2007년 프랑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출간되어 주목받은 책이라고 해서, 시민들의 구체적인 정치 참여 방법이라든가, 현재의 민주주의에서 대안이 될 정치 제도 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까 하고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뭐랄까,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고 있는 책이었다. 자유와 행복의 추구, 사회적 불평등, 정의, 권력 등 정치철학의 근본 문제들이 어떻게 사유되어 왔는가를 찬찬히 되짚어볼 수 있었다.
총 14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은 생각보다 장황하지 않게, 꽤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개념을 적절한 비유로 설명하고 구체적인 생활에서 예를 드는 기술이 장난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책날개를 들춰보니 현재 저자는 프랑스 고등학교에서 그랑제꼴 입시준비반 교사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프랑스 대학입시인 바칼로레아 시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문제 몇 개를 직접 확인하고 정말 놀랐던 기억이 난다. 1번 문제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복이 가능한가?”였지...^^;).
또 각 장의 마무리는 ‘고찰하기’라는 형식으로 끝나는데(몇몇 장에는 빠져 있지만) 이 부분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그냥 단순히 앞서 언급했던 내용을 정리해주는 것만이 아니라 한 발 더 나아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들, 실생활에서 더 고민해 볼 수 있는 정치철학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게 해 준다. 영화로 치면 관객에게 열린 결말쯤 되는, 멋진 마무리. ^^
“정치란, 인간 세계는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사상이 붕괴되는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86쪽)는 저자의 통찰이 날카롭다. 그는 또, “사람들을 체념시키는 가장 확실하고도 오래된 방법은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87쪽)라고 덧붙인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어느 놈이 되어봤자 그 놈이 그 놈이지”라는 논리로 미리 우리의 미래를 속단해 버리고 무기력해져져서는 안 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