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없다
댄 바커 지음, 공윤조 옮김 / 치우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보수적 복음주의 가정에서 성장했고, 한때 “사람들이 거리에서 마주치기를 꺼려할 정도”의 열혈 전도자였던 저자를 근본적으로 변화하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을까 하는 호기심으로 책을 읽어 내려갔다. 534쪽에 이르는 꽤 두꺼운 책이지만 흥미진진하게 잘 읽을 수 있었다. 박학하고, 열정적이고, 명쾌한 책이다.

중반 이후에 나오는 ‘성경의 모순들’을 다루는 장에선 성경의 구절 인용부분들이 워낙 방대해서 읽다가 지치기는 했지만, 그 부분을 제외하곤 책장은 무리없이 술술 잘 넘어간다. 특히 결국 버려야만 했던 ‘신앙’에 그야말로 모든 걸 다 바쳤던 19년간의 세월과, 무신론을 택하고 나서도 목사직에 사표를 내기 전까지 갈등했던 날들에 대한 회고를 흠뻑 빠져들어 읽었다. 그는 단언한다. 자신의 신앙을 버리게 한 것은 합리적인 이성이나 자유의지가 아니라 '신앙' 그 자체였다고.

 

 

내가 만일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을 읽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특정한 종교를 갖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 사람이 어떤 종교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빈약한 사고일 뿐만 아니라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종교가 인간에게 위안을 주고 바람직한 삶의 기준을 제공해주는 긍정적인 면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류의 역사를 되돌아 볼 때 종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전쟁과 범죄가 태연히 저질러졌는지를 생각하면 끔찍하기만 하다. 그리고 신의 이름으로, 성전의 이름으로,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는 의미 없는 살육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에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들을 읽으면서 전율을 느꼈다.

 

 

유신론자가 무신론자보다 더 도덕적이라는 것에 대한 명백한 증거는 없다... 훌륭한 기독교인들도 있었고 훌륭한 무신론자들도 있었다. 끔찍한 기독교인들도 있었고 끔찍한 무신론자들도 있었다. 스탈린은 끔찍한 무신론자였다. 히틀러는 끔찍한 기독교인이었다. 사람들은 그들의 신앙이 아닌 행동으로 판단해야 한다.(186쪽)

 

 

기독교의 뿌리가 전통과 사회 관습 곳곳에 깊숙이 뿌리박힌 서양에서, ‘신은 없다’는 말은 정말로 꺼내기 쉽지 않은 말일 것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만들어진 신’을 출간하고 난 후 여러 번 테러의 위협과 협박에 시달렸다는 일화도 문득 생각나고.^^;

 

그러나 그는 거리낌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비신앙인들이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자유사고가들은 언제나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진보의 선두에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갑자기 존경하는 버트런드 러셀 선생님 얼굴도 떠오른다). 존재하지 않는 초자연적인 세계에 돈이나 원천을 낭비하지 않는 비신앙인들은 ‘이 세상’을 더 좋은 장소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능력을 발휘한다는 그의 논리는 분명히 타당성이 있다. 그래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이 더욱 마음에 남는 것일 거다. 리처드 도킨스가 추천사에 썼던 말처럼, ‘성숙한 무신론자의 너그러운 모습’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구원이 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면, 우리 무신론자들은 이미 그것을 이루었다. 만약 구원이 현실 세계의 압제와 질병에서 해방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우리의 행성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이 노력의 과정에서, 우리 무신론자들과 휴머니스트들은 폭력이 줄어들고 이해심은 더 많아지는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진정으로 선한 종교인들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일하는 것에 행복을 느낀다.(534쪽)

 

 

좀 단순화시켜 생각하면, 어차피 이 세상에는 무신론자가 있고, 종교인이 있는 것이다. 함께 존재하는 양쪽의 생각이 같아질 수는 없는 것이다. 세계관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끼리 만나 자기들 쪽만이 옳다고 언성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폭력이 줄어들고 이해심은 더 많아지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힘을 합할 수 있다면. ‘우리의 행성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다면. 그것이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해야하는 올바른 방식이 아닐까. 신이 존재한다고 믿든, 그렇지 않든 간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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