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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스님의 백문백답 - 불교 공부 그 시행착오를 없애는
송강 지음 / 도반 / 2011년 2월
평점 :
판형이 일반 책들에 비해 넓은 책, 거기에 활자도 큼직큼직하고 행 간격도 넓고 여백이 충분해서 읽는 내내 눈이 편안했다. 아마도 불교에 대해서 알고 싶으신 어르신들이 책 읽기에 어려움이 없도록 만든 배려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렇게 편집에서 보여준 배려에서 느꼈듯이, 나 같은 초보자들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명쾌하게 불교 공부에서 잘못 생각할 수 있는 100가지의 주제를 모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한 책이다. 지식을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 불교라고 했던가. 살면서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지혜로운 말씀들을 많이 건져 올릴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불교의 교리가 한자 투성이에 딱딱하고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릴 수 있었고, 또 뭐랄까 읽으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목들도 많았다.
그리고 문답식으로 풀어가는 서술이라 송강 스님의 인간적인 면이랄까, 극단을 경계하는 태도, 나와 의견이 다를지라도 이해하고 포용하려 노력하시는 모습들을 느낄 수가 있어서 좋았다. 사실 나는 이제까지 입시철이 되면 어머니들이 전국 유명 사찰에서 합격을 비는 것 같은, 불자들의 기복적 신행에 대해서 꽤 비판적이었는데, 스님의 조곤조곤한 설명을 들어보니 내가 편협하게 생각한 면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스님도, 단순히 복을 달라고 기도하는 기복적 신행에 대해 비난하는 의도는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하셨다.
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처음 시작은 복을 바라는 행위지만, 그것을 한없이 되풀이하는 것이 어리석음임을 알게 되는 것은 시간이 흐른 뒤의 일이다. 그리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복을 비는’ 행위에서 ‘복을 짓는’ 행위로 가라 하고, 다시 ‘복을 베푸는’ 행위를 권하며, 이윽고 생활화가 되면 ‘복을 놓으라’고 가르친다는 말씀이셨다. 복을 놓을 수 있는 경지까지는 (너무 아득하여) 못 되더라도, 내 복만 오매불망 바라는 단계에서 벗어나 복을 짓고 복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
또 불교에 대한 세간의 오해들도 이 책 덕분에 속 시원히 정리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읽다보니 흥미진진하게 와 닿은 대목들도 많았다. 부처님이 걸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며 제자들에게도 식사의 선택을 근본적으로 금하셨기에 채식주의자가 애당초 될 수가 없었다는 점, 왜 스님들이 고행을 택하는지,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처럼 스님은 혼자 삭발하지 못하는지, 우리가 흔히 쓰는 이판과 사판의 본디 뜻은 무엇인지, 나치문양이 왜 卍자와 비슷한지, 잘 살려는 욕망이 무소유에 위배되는지 등 누구나 가졌을법한 의문들을 명쾌히 풀 수 있었다.
보통 불교의 업설을 숙명론적이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교의 업은 현재의 고통에 대한 원인분석과 미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고 한다. 업은 생각과 말과 행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방향성이며,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마다 새로운 방향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라는 말씀을 읽으며 마음이 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 자신의 현실은 과거의 모든 행위로 인한 끝자락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펼쳐질 미래의 시작이 됩니다. 미래를 개선시키려면 그 방향으로 노력해야 하겠지요. 그러므로 바꿀 수 없는 현재는 만족하되, 바꿀 수 있는 미래는 노력하면 됩니다.”(p.273)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