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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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감기기운이 있는지, 으슬으슬 한기가 돌고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이럴 때는 따뜻한 담요 속에 몸을 묻고 읽을 수 있는 감기치료용(?) 책 한 권, 그리고 커다란 머그컵 하나 가득진한 핫초코가 필요하다.

오늘 감기치료용 책으로 선택한 <그녀가 말했다>, 효과가 제법 좋다. 어느새 감기 바이러스에 대한 걱정 따위는 우주 밖으로 가뿐히 날려 보내고, 조곤조곤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나. 따스하고 감성적인 사진들도 참 느낌이 좋다. 지금은 분명 한겨울인데, 내 몸은 방금 전까지만 해도 바이러스 침투를 호소하고 있었는데, 글과 함께 어우러진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바라보고 있으니 마음에 왠지 봄이 찾아온 것 같다. 특별히 기교를 부린 사진들이 아닌데, 일상의 잊을 수 없는 장면들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찍은 것 같은 느낌의 사진들이 따뜻하다.

 

에세이를 읽다보면, 가끔 그런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이나 느낌에 대해, 작가가 마치 내 맘 속에 쏙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이야기해 줄 때의 반가움과 고마움, 깊은 공감의 맛이란.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런 즐거운 순간을 여러 번 만났다. 특히, ‘시간을 낭비하는 습관들’에 대해 쓴 글을 읽으며 얼마나 고개를 끄덕끄덕했는지. 같은 시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 발짝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시간낭비 습관들은 시간을 허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 우리의 인생은 잡다한 것에 관심을 두고 샛길로 자꾸 빠지는 과정,

즉 시간낭비 속에서 풍부해지거든요.

지름길만 골라서 찾아가는 인생은 내공이 ‘안 생겨요.’(p.31)

 

정말 맞는 말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인생의 다음 단계를 좀 더 완벽하게 준비할 것을 강요받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목적지향으로 사용되는 시간이 아니면 마치 인생을 허비하는 것처럼 여기며 끊임없이 불안해하면서. 경쟁에서 이겨야 하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의 시간들은 끊임없이 ‘생산적으로’ 사용해야만 할 것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얼핏 비생산적으로 보였던 시간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품고 있었는지. 대로가 아닌 샛길로 기꺼이 발걸음을 옮겼기에 발견하게 된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제와 별 다를 것 없는 오늘을 사는 것에 지쳐버린 우리를 따스하게 위로해주는 이야기들, 우리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여보라고 속삭여주는 책이었다.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책을 덮으며, 내 영원한 친구 빨간머리 앤이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른다.

 

엘리자가 말했어요. 세상은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난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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