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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에 미친 청춘 - 한국의 색을 찾아서
김유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색채, 그리고 천연염색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 반가운 책이었다. 이 책의 지은이가 전국을 돌며 한국의 색을 찾는 열정에 공감을 느끼며, 감탄하며 그 여정을 따라가는 일이 즐거웠다. 무엇보다 그 여정을 따라가는 동안 펼쳐지는 다채로운 사진들, 오방색과 오간색의 그 풍요로운 향연에 눈이 즐거웠다. 난생 처음으로 해 본 감물염색으로 물들였던, 얼룩덜룩했지만 첫 작품(?)이라고 애지중지했던 빛바랜 스카프도 이 책 덕분에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보았다. 십년이 넘는 시간을 품어온 내 첫 감물염색 스카프에 그 후 몇 번인가 더 색을 곱게 입혔고, 이제는 색이 많이 바랬다. 하지만 그 빛바랜 색도 자연의 섭리를 오롯이 담은 것 같아, 더욱 정겨운 느낌이 물씬 든다.
천연염색의 세계를 알기 위해, 한국의 색을 찾아서 나선 그 여정에서 지은이가 만나는 열 세 개의 천연염색 공방 사람들. 천연염색은 느리고 힘이 드는 작업이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일도, 돈과 명예를 얻을 수 있는 일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소중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계승하고 있다는 긍지와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전통문화를 이어가는 행위가 환경을 살리고 지구 파괴의 위기를 구하는 거룩한 작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값싼 합성염료 옷들을 너무 쉽게 사고 내버리고 다시 사는, 그런 악순환을 아무렇게나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봐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화학염 청바지 한 벌당 약 12,000리터의 물을 소비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책을 읽으며 우리가 너무나 우리의 전통문화와 우리 고유의 것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오방색과 오간색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우리의 옛 선조들이 다양한 천연 염색 방법과 매염제로 100여 가지의 고유한 색을 낼 수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그러고 보니 특히 우리말에는, 색깔을 나타내는 표현들이 영어나 다른 외국어들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섬세하고 다양하지 않던가. 우리 선조들이 자연으로부터 가져온 그 100여 가지의 색들 중에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색들, 계승하고 있는 색들은 몇 가지나 될까.
‘심장을 뛰게 하고, 온 정신을 집중케 하는 즐거운 것’을 찾을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마음의 소리를 따라 갈 수 있다면 그 삶은 얼마나 축복인 것인가. 뉴욕의 디자이너로써 화려하게 살 수 있는 길 대신 자신의 가슴을 두드린 한국의 천연색 문화에 미쳐서, 전국의 공방을 찾아다니고, 실제로 천연염색을 하며 색에 미친 지은이의 열정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과 젊음이 가득 느껴졌던 책을 덮으며, 문득 임어당이 남긴 말이 떠오른다.
자유롭게 생각하라. 독립적이 되라.
그리고 옳든 그르든 확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 확신을 두려워하지 말라.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