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도서관 - 여성과 책의 문화사
크리스티아네 인만 지음, 엄미정 옮김 / 예경 / 2011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 인류의 역사에서, 여성에게 독서란 마음과 영혼의 양식이 아닌 금단의 열매였다고 한다. 여성은 아버지나 남편이 골라준 책만 읽을 수 있었고 읽고 싶은 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없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절실하게,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을 권리를 그들은 목마르게 갈구했을까. 그리고 또 얼마나 수많은 여성들이 그 권리를 얻기 위해 용기와 희생으로 맞서 싸웠을까. 문명의 요람기에서부터 중세, 근대를 거쳐 20세기에 이르기까지 책을 읽는 여성들의 그림들로 가득한 이 책을 들여다보며 경건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의 나를 비롯한 이 땅의 여성들이 그나마 이렇게 누리고 있는 권리들, 혜택들도 그 수많은 여성들의 지난한 여정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총 4장에 걸쳐 시대별로 독서를 하는 여성의 그림과 그에 대한 역사, 문화적 배경 설명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을 읽으며, 그 시대 여성들이 어떻게 책을 읽었는지, 그리고 그 시대에 그녀들이 어떤 이미지로 비추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최초의 여성 시인인 고대 그리스의 사포에서부터 중세,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서하는 여성들의 그림을 통해 바라보는 여성의 문화사가 다채롭게 펼쳐져서 눈과 마음이 행복했다.

 

사실 이 책은 독서하는 여성들의 그림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값어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그 명민한 눈빛들. 특히 존 오피가 그린 메리 울스턴크래프트의 초상화를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19세기의 막도 오르기 전, 사람들의 비웃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여성의 능력과 권리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요구했던 그녀는 정말로, 시대를 앞서갔으며 세상이 나아갈 길을 앞장서 밝혀낸 사람이었다. 초상화 속의 그녀는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지만 빛나는 눈빛과 다부지게 다문 입매, 그리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책 한 권... 아, 잊지 못할 것 같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녀에게, 또 수많은 그녀들에게 내가 지고 있는 빚을 생각해 본다. 사회의 제약을 넘어서 책 읽을 자유를 얻기까지의 그녀들의 여정들을 생각한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내었던 수많은 그녀들 덕분에, 지금 내 손은 책장을 넘기고 있다. 이렇듯 당당하고 평온하게.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