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자리 행복자리 - 모아스님의 작은 글
모아 지음 / 도반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어느덧 올 한 해를 정리할 시간이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늘 느끼는 것이지만, 항상 뭐가 그리 바쁘고 분주하게 휘달려 왔는지, 또 거창했던 계획들 중에 지켜지지 못한 것은 왜 그리도 많은지, 아쉬운 마음이 가득하다.

그래도, 왠지 나무를 닮은 듯, 소박하게 느껴지는 이 시집을 읽으며 나 자신을 다독거리면서 한 해 마무리를 하니 마음이 이내 푸근해지는 것 같다. 스님의 말씀대로 ‘그냥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는 무엇인가 덜 산 것 같은’ 허무한 감정은 툭툭 털어버리고, ‘마음 살펴 행복자리로 안내하는 길’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믿고.

 

책이 참 예쁘다. 서점에 가서 둘러보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화려한 옷들을 입고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야 하는 책들이 안쓰러워 보일 때가 있다. 거창한 표지로도 모자라 이목을 끄는 문구로 치장한 요란한 띠지들을 두르고 있는 책들. 아무런 군더더기도 불필요한 장식도 없는 이 맑은 책이 더욱 귀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붓으로, 볼펜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투박하게 써내려간 글씨와 그림들. 꾸밈없이 거침없이 나아가는 붓의 느낌, 소박함과 호탕함, 그리고 여백이 주는 편안함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마치 숲 속을 걷다가 맑디맑은 샘물을 만나 한 모금 입안을 적신 느낌이라고 할까. 다소 어렵고 딱딱하게 느껴지던 옛 선시들과는 달리, 어린아이들도 바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고 단순한 지혜의 말씀들. 마음에 와 닿는 구절들이 많다.

 

책상에 꽂아놓고 마음이 어지러울 때, 내가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나 스스로를 돌아보고 싶을 때, 내 마음밭에 물을 주듯이 자주 초대하고 싶은 책이다. 오늘은 살짝 억울한 일이 있어서 속으로 좀 씩씩대고 있던 참이었는데, 이 시를 읽으니 마음이 좀 누그러드는 것 같다.

 

전에는

억울한 게 많더니

지금은

감사한 게 많으네

쬐금

철이 드나 보다

 

음, 철들기는 아직 먼 것 같은 나지만, 이렇게 계속 수양(?)을 하다보면 조금씩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겠지. 판화가 이철수님이 이 시집 앞머리에 부친 표현대로, '시가 꽃비처럼 쏟아지는 자리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것, 그렇게 눈을 맑게 뜨고 살아갈 것. 스님의 시구에서처럼, ’잘 키운 마음 하나면 무엇이 부러우랴.’라는 마음을 품고 정진할 것. 아, 이런 마음으로 올 한 해를 갈무리할 수 있게 되어서, 참 다행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