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그 후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자기별에서 여전히 장미와 가끔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내고 있을까... 그리워하고 소식을 궁금해 하던 어린왕자가 다시 지구를 찾아주었다. 훌쩍 자라 10대가 된 어린왕자는 파타고니아의 한적한 고속도로에서 ‘나’에게 발견되고, 함께 사흘 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동안 둘은 서로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여러 가지 일들을 겪게 된다.
음, 뭐랄까... 내 속에 있는 어린왕자의 이미지, 나와 종종 이야기를 나누곤 하던 그 애의 ‘어린’ 목소리가 너무 깊이 각인되어 있어서일까. 성장한 어린왕자를 재회한다는 기쁨은 잠시, ‘청소년’ 어린왕자의 목소리가 왜 이렇게 적응이 안 되는지 모르겠다.^^;
여전히 순수하고, 엉뚱하기도 하고,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는 시선을 가졌지만, 원작과 같은 간결하고 상징적인 비유들을 좀 더 살렸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옮긴이의 말을 읽어보니 ‘돌아온 어린왕자는 훨씬 직설적이고 간결하다...(중략)... 그만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은유나 상징이 아닌 직관에 의한 실천일 것이다.’라고 하고 있는데, 굉장한 해석이다. 하지만 은유나 상징의 힘은 약하지 않다. 흐릿한 실천을 내포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사람들의 가슴 속에 더욱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어린왕자>가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많은 이들의 가슴에 울림을 주는 것일 거다.
이렇듯 청소년 왕자와 ‘나’의 말 많음이 다소 아쉬웠지만, 그래도 둘의 대화를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어린왕자와 함께 한 사흘 동안 표면적으로는 어린왕자가 질문하고, ‘나’가 대답하고 뭔가를 가르쳐주는 방식인 것 같았으나 어린왕자와 헤어지며 포옹한 ‘나’는 불현듯 깨닫게 된다. ‘어린왕자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질문을 던져서 나를 이끌어 왔다’는 것을. 그 덕분에 사흘 동안 자기 안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찾아낸 기적을 경험했던 ‘나’처럼, 책을 덮으며 나도 마음이 말갛게 씻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성장한 어린왕자가 던져준 메시지는 간결하다. 하지만 그 간결한 삶의 진실들을, 순간의 삶에 충실하며 사랑을 실천하고 사는 것에 얼마나 많은 핑계를 대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살아왔던가. 부디 다음번에 이 책을 집어들 때는 좀 덜 부끄러운 내가 될 수 있기를.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