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 연결 시대 - 일상이 된 인터넷, 그 이면에선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윌리엄 H. 데이비도우 지음, 김동규 옮김 / 수이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불과 40년 전 학문적 실험의 형태로 초라하게 시작된 인터넷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을 바꾸었다는 것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전 세계인들의 일상이 된 인터넷은 말 그대로 혁명적인 변화를 일구어냈고 우리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모든 형태의 상호의존성이 높아지고 견고해지면서, 사회는 점점 상호의존 상태에 놓이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 변화가 항상 나은 방향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연결성이 강화될수록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가 커지고 확산되는, ‘연결과잉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연결과잉 현상이 지구촌 전체의 많은 분야에서 마치 칼날 위를 걷는 듯한 위태로운 균형을 잡고 있다는 것을, 저자는 광범위한 탐색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만난 저자의 이력이 예상 밖이어서 흥미로웠다. 저자는 나는 걱정만 일삼는 사람이 아니다. 나 역시 오랫동안 상호작용이 커지고 정보에 대한 접근 기회가 확대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믿어왔다’(p.14)라고 말하는데, 벤처투자업계에서 20년이 넘게 일하며 인터넷 시대의 도래를 가장 가까이서 목격했다고 한다. 우리가 얻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이 늘어날 것이고,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던 실리콘밸리의 낙관주의자를 변하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그는 2000년 미국 기술주 시장의 붕괴를 지켜보면서, 그동안 기술주 가격을 끌어올린 이상 과열 현상의 속도에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호기심을 품고, 연결과잉 현상이 긍정적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융국가 아이슬란드의 몰락, 2008년 금융 위기 등의 다양한 예를 통해 논증해낸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빽빽한 책이었지만, 과학, 산업, 금융, 언론, 정치 등 다채로운 분야를 종횡무진 탐색해가는 저자의 내공 덕분에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가 연결과잉 현상에 대한 분석과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애썼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감동적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대목들... 


인터넷은 우리의 거의 모든 활동과 우리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는 그 혜택을 누릴 수도 있고, 그 위험을 깨달을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그 잠재적 결과를 인지하고, 위협에 대처하며, 또 어떤 포지티브 피드백 과정의 수위가 상당해지면 거기서 비켜나는 일일 것이다.(p.220)

이제 연결과잉의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는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유념해야 한다. 첫째, 포지티브 피드백의 수위를 낮추어야 한다. (...) 둘째, 시스템을 더 견고하고 사고에 견딜 수 있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 이미 존재하는 더 높은 수위의 연결을 인지하고 기존의 경제적, 사회적 기관들을 좀 더 효과적이고 적응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p.261)
  

인터넷을 아직까지 마냥 신기해(!)하면서 룰루랄라 활용하고, 인터넷이 존재하지 않는 일상이 상상하기 어려운 나지만, 종종 인터넷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영향만을 가져다줄까?’하는 의구심이 불쑥 고개를 들 때도 적지 않다. 그래서 급격한 기술 발전이 불러온 사회적 영향을 냉철히 들여다보는 그의 통찰력에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한때, 신나치주의자들이 페이스북에서 자신들의 이념을 확산시키는 게 편리하다는 걸 알고 활동하다가 페이스북 측으로부터 쫓겨난 적이 있다고 한다. 인터넷은 이런 증오와 편견으로 가득찬 블로그, 사이트를 통해 자신들의 이념을 익명으로 세뇌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인터넷이 촉발한 변화의 이면에서 근본적으로 작용하는 힘에 대한 진지한 통찰이 꼭 필요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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