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의 집
새러 그루언 지음, 한진영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프란스 드 발의 <보노보>라는 책을 만나게 된 것은 6,7년 전이었던 것 같다. 보노보 소개서 겸 사진집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을 접했던 당시 나는 보노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상태였는데, 경이로웠고, 생각의 폭을 넓혀주는 책이었다.

덕분에 나는 말 그대로 보노보에게 매료되었고, 그래서 이 책 <보노보의 집>은 제목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들게 했다. 다른 동물들처럼 수컷이 지배권을 갖는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모계중심 사회를 이루고 평등주의적인 영장류 보노보를 이 책에서는 어떻게 그려내고 있을지 호기심이 일었다.

512페이지에 달하는 책이지만 다양한 사건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어 읽기에 지루하지 않았고 술술 잘 넘어갔다. 신문기자인 존은 보노보의 취재를 위해 캔자스대학 영장류언어연구소의 이사벨 박사를 찾아가고 그녀가 가족처럼 여기는 여섯 마리의 보노보들을 만나게 된다. 존이 영어로 말하면 수화로 대답하는 보노보들, 인간의 두 가지 언어를 사용하는 보노보들의 모습을 상상해보며 이야기를 읽어나갔다. 만물의 영장인 인간만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말을 쉽게 하는 사람들을 아직도 종종 쉽게 볼 수 있는데 얼마나 어리석은 시각인지.

이야기는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존이 취재를 마치고 돌아간 그날 밤, 영장류언어연구소는 지구해방연맹이라는 집단에 의해 테러를 당하게 된다. 보노보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이사벨 박사는 중상을 입는다. 온갖 사건들을 겪고 다시 만나게 된 보노보들은 포르노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리얼리티 TV쇼 <보노보의 집>에서 '성 테크닉의 도사' 취급을 받으며 미국인들의 끝 모를 호기심과 관음증의 대상으로 전락한 후였다. 수화로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만큼 높은 지능을 가진 보노보가 단지 자유롭게 섹스를 하는 동물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웃음거리로 취급당하는 현실이 씁쓸하게만 느껴졌다.

영장류언어연구소의 전 연구부장이었던 약혼자 피터가 포르노 업계의 대부 켄 폭스와 공모하여 폭발사건을 일으키고 보노보들을 빼돌린 장본인들이라는 정보를 천신만고 끝에 입수하게 된 이사벨. 보노보들을 되찾기 위해 그녀는 모든 정보를 존에게 보내고 진실은 세상에 밝혀지게 된다. 하포르노 방송사의 직원을 연구소 폭발사건의 범인으로 지목한 보노보의 수화를 법정에서 증언으로 채택해 줄지는 미지수로 남지만, 소설은 희망적으로 끝을 맺는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자신이 이 소설을 통해 바라는 것은 오직 '보노보가 처해있는 멸종 위기'에 사람들이 경각심을 갖는 것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중부 콩고 강 주변의 숲에 많이 살던 보노보는 콩고 내전으로 숲이 황폐해지고 식용으로 남획되면서 현재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보호구역에 남아있다고 알고 있다. 그녀의 바람대로, 이 책이 보노보를 비롯한 수많은 멸종 위기 동물들에 대한 애정과 보호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흔히 사람은 그 자체로 존중받으며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동물들에 대해선, 인간들을 위해 존재하는 소모품이나 실험대상쯤으로 간단히 단정 지어 버리곤 한다. 소모품이나 실험대상이 아닌, 인간과 함께 공존하는 '인간의 친구'로 동물들을 대하는 세상이 되기를. 인간이 결코 지구상에서 혼자 살아가는 존재가 아님을 모두가 인식하고 실천하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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