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예쁜 아이 말이 거친 아이 - 더 늦기 전에 알아야 할 우리 아이 언어습관
공규택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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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 “말이 씨가 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 문득 떠올려보는 말에 관련한 속담이나 격언만도 참 여러 가지인 것 같다. 그만큼 우리의 정신을 담는 ‘그릇’인 말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 정신, 정서, 인격을 담아 나르는 말이라는 그릇이 요즘 “나쁘다 못해 깨져나갈 지경”이라고 진단한다. 그리고 ‘예쁘고 좋은 그릇’을 아이들에게 심어 주자고, 언어의 소외를 해결할 단서를 아름다운 우리말에서 찾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은 책이었고, 또 내가 모르는 우리말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평소에 무심코 쓰는 말들 중에 얼마나 잘못된 표현이 많았는지도 알게 해 준 책이었다.

딸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고 나서부터 눈에 띄게 유행어를 자주 쓰기 시작했다. 그리더니 언제부터인가 “짱나”라던가 “꺼져”같은 말도 서슴없이 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말씨도 예쁘고 어렸을 때부터 높임말도 적절하게 잘 써서 주위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던 딸아이의 갑작스런 놀라고 내심 충격을 받았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나부터도, 언제부터인가 별 생각 없이 유행어를 내뱉고 말을 함부로 하기도 했던 것 같다.

여러 가지로 유용한 책이다. “완전 멋있어”,“완전 신나” 이런 말도 자주 쓰는 편이었는데 문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표현이라니까 다른 표현으로 대체해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몹시’나 ‘너무’같은 부사들에 대해서도 사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평소에 헛갈려서 그냥 나오는 대로 쓰는 일이 잦았는데, 이 책 덕분에 확실히 정리할 수 있었다.

음,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딸년’이라는 말을 저자는 ‘남들 앞에서 자신의 딸을 낮추어 표현하는 말로 격식에 어긋나는 말이 아니다’(p.134)라고 말하고 있지만, 뭐랄까 딸의 입장에서는 분명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닐 것이다. 물론 저자는 ‘딸년’이나 ‘아들놈’이나 똑같은 겸양의 언어라고 말하고 있지만, ‘년’과 ‘놈’은 그 정도에서 뉘앙스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 아무리 남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는 우리말 예절이라고 해도, 딸을 아들보다 더 낮추는 것 같은 말을 현대에까지 써야 할 이유가 있을까. ‘딸자식’이나 ‘딸아이’, ‘여식’을 쓰면 되지 굳이 ‘딸년’을 써야 하나.

책의 마지막 4장에는 ‘말이 예쁜 아이를 위한 상황별 아름다운 우리말’이 나오는데, 여기서
새롭게 알게 된 말들이 참 많았다. 내가 알고 있는 순우리말이 이렇게 적구나 하는 부끄러
운 마음도 들었고... 또 부록인 ‘알면서도 헷갈리는 호칭어와 지칭어’, ‘일상에서 예쁘게 쓸 
수 있는 우리말 100선‘도 참 알차고 좋다. 갈수록 영어가 뒤섞인 정체불명의 언어생활이 일반화되고 있는 이때, 저자가 알려준 순우리말들과 친해지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하나씩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좋은 언어습관을 가지기 위해, 예쁜 우리말을 많이 쓰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게 해 준 유익한 책이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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