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유 팩 소녀 제니 1 ㅣ 사계절 1318 문고 73
캐롤라인 B.쿠니 지음, 고수미 옮김 / 사계절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우유팩 소녀’라니. 미국에서도 실종아동 사진들을 우유팩에다 인쇄했나보다. 내가 초등학교 때였던가, 사라진 ‘개구리 소년들’ 때문에 전국이 한동안 들썩였다. 학교에서 급식으로 주는 우유 옆면에 조악하게 인쇄되어 있었던 그 소년들의 얼굴... 우유를 마실 때마다 나는 그 얼굴들을 애써 외면했던 기억이 난다. 왠지, 그 이미지들이 불편하기도 하고 마음 아프기도 했던 것이다. 낯선 이들의 우유팩에 인쇄되어 구겨지고 던져지던 그 소년들의 얼굴이.
점심시간, 유당 결핍증이 있는 제이니는, 땅콩버터 샌드위치와 크랜베리 주스와의 부조화를 불평하다가 친구 새라의 우유를 마셔버린다. 그러다가 우유팩에서 만난 자신의 네 살 때의 사진... 친구들은 그 우유팩의 아이가 자기라는 제이니의 말을 모두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그때부터 제이니의 힘겨운 과거찾기의 여정이 시작된다. 자신의 과거에 대한 물음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끝없이 이어지지만, 제이니는 그 어디에서도 해답을 찾지 못한다.
잃어버린 과거와 혼란스러운 현재 사이에서 방황하는 십대 소녀의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를 담고 있지만, 소설은 묵직하지 않고 경쾌한 느낌으로 읽힌다. 제이니와 부모님, 또 제이니와 학교 친구들이 나누는 대화, 또 이웃사촌이자 점차 제이니와 서로 사랑을 느끼게 되는 리브와의 대화가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특히 리브와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되는 과정, 첫키스를 나누던 순간, 함께 학교를 땡땡이치고 뉴저지로 향하던 날, 리브와의 사이가 틀어지게 되고 리브를 떠나보내며 제이니가 느낀 감정의 섬세한 묘사가 마음에 와 닿았다. 그런 과정에서 느낀 십대 소녀의 가슴 떨리는 감정, 그 예민하고 가슴 설레고 마음 찢어지는 감정의 세세한 결을 작가가 섬세하게 잘 표현한 것 같다.
천신만고 끝에 제이니가 뉴저지의 원래 가족에게 전화해서 “저는 딸이예요”라고 고백(?)하는 중요한 부분에서 1권이 끝나버리다니.ㅜㅜ 2권에서는 더욱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 같다. 제니가 실종된 이후 원래의 가족들이 겪은 죄책감과 고통, 그리고 잃어버린 가족을 만나며 느끼게 되는 제니의 심리적인 갈등... 항상 떠나간 쪽보다는 빈자리를 지켜봐야 하는 쪽이 힘든 법 아닐까.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또 제이니가 이런 복잡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하며 진짜 자기 자리를 찾아갈 것인지도.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