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코리아, 세계를 움직이다 - 해외에서 성공한 한국 패션인들의 숨은 스토리
이동섭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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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해 보이는 직종들 중에 패션 산업을 따라갈 만한 것이 있을까 싶다. TV에서말고 실제로 패션쇼를 볼 기회가 운 좋게 있었는데 번쩍이는 카메라 플래시, 늘씬한 모델들의 화려한 의상과 당당한 워킹, 다른 세계 같았다. ‘눈부시다’는 표현 외에는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또, 화려해 보이는 직업일수록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은 화려하지 못하다는 것도 정설이다. 그 빛나는 무대를 위해선 보이지 않는 수많은 땀과 눈물, 헤아릴 수 없는 고난과 좌절의 순간들이 존재했겠지. 마치 연못 위를 우아하게 헤엄치는 백조가 물속에서는 죽을힘을 다해 갈퀴를 젓고 있듯이. 그런 백조의 갈퀴질을 연상하게 하는, 세계 패션 트렌드를 주도하는 파리에서 활동하는 7명의 한국 패션인들을 인터뷰한 기록인 책을 만났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은 즐겁다. 즐겁되 고통스럽다 (...) 놀듯이 만나러 나갔지만, 열정에 물들어 돌아온 밤에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P.7) 

아, 얼마나 정직한 인터뷰어의 고백인지. ‘즐겁되 고통스럽다’던 느낌, 이해될 것 같다. 책을 읽는 나도 내내 그런 기분이었으니까. 자신의 꿈을 믿고, 그 꿈을 현실로 끌어당기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들은 아름다웠다. 그래서 지금 나도 잠들지 못하고 있는 것일 거다.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내 꿈을 일구어왔나, 하는 생각에.

이 책은 ‘패셔너블’하다. 다양한 유명 디자이너들, 여러 패션쇼와 행사/파티 장면들, 패션쇼 무대 뒤 풍경들, 책에 실린 7명 디자이너들의 작품들, 유럽 패션 잡지 화보들 등이 실려 있어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어떤 화려한 사진들보다 나를 감동시켰던 것은, 그 7명이 땀 흘려 그려왔던 수많은 흑백의 스케치들이었다. 유한나가 에곤 실레의 그림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중인 컬러 맵과 디자인 아이디어 드로잉, 김시민의 보물 1호라는 시장 조사한 결과를 꼼꼼히 모아놓은 드로잉 파일... 그 섬세한 선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가슴이 벅차오는 것이 느껴졌다.

7명의 인터뷰이 모두 색깔이 다양하다. 디자이너와 모델리스트, 패션 컨설턴트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거쳐온 경력도 다양하고, 패션에 대한 철학이나 후배들에게 하는 조언도 모두 저마다의 색깔이 있다. 그러나 공통점은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확신이 강하게 묻어난다는 것이었다. 그 확신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일을 깊이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고통스러운 갈퀴질 끝에 그들은 성공을 이루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더 나아가기 위하여 끊임없이 물속을 차고 거다. 그들의 빛나는 성공담에 어지러워하기보다는, 그들이 그곳까지 D이르는 과정에서 내가 무엇을 느끼는가, 무엇을 닮고 싶은가가 중요하겠지. “도전해 보지도 않고 세상이 정해 놓은 틀에 얽매여 있지는 않은지 물어라.”(P.226), 책을 덮는데 또랑또랑한 인상의 김다은이 내게 툭, 하고 한마디 던지는 것 같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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