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지 않는 팽이 - 1세대 콘텐츠 리더 최신규의 문화콘텐츠 현장 이야기
최신규 지음 / 마리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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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인가 ‘문화콘텐츠’라는 말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에서도 문화콘텐츠 학과가 생겨났고 문화콘텐츠 센터, 문화콘텐츠 진흥원, 문화콘텐츠 특성화 사업... 그야말로 우리는 문화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리는 문화콘텐츠 사업이라지만 그 황금알을 위해서 얼마나 엄청난 열정과 얼마나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지 우리는 실상 잘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나라 문화콘텐츠 1세대 사업가로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험난한 세계 속의 항해를 해 온 (주)손오공 및 (주)초이락게임즈의 CEO 최신규의 삶 이야기이다.

 어린이 장난감 전문업체 손오공, 이란 말에 고개를 갸웃했는데 ‘탑블레이드’란 말에는 아하,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은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탑블레이드’의 기억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특별한 팽이라지만 팽이 하나당 가격이 만 원이 넘어가고 끊임없이 출시되는 신제품에, 아이들 사이에서 그 신제품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에 따라 일종의 계급(?)이 형성되는 것이 싫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나는 놀 시간이 없는 요즘 아이들을 위해 잠깐 쉴 때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장난감에 대한 철학을 읽으니 시각을 다르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놀고 싶은 아이들의 마음과 소통하는 것’이 아이디어를 얻고 제품을 개발하는 비결이라고 일러주는 그의 별명이 왜 ‘장난감 대통령’인지 알 것 같다. 어릴 적 주로 하던 놀이에 현대적인 감각을 입혀 성공한 사례들을 보며, 내가 아이들의 양극화(?) 현상으로 우려하던 그 팽이들이 실은 너무 바쁜 요즘 아이들을 놀게 하고 싶은 그의 소통 방식이었음을 알겠다.

 그의 열정으로 가득한 삶의 이야기를 읽고 있으니 저절로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열심히 해오던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아 실망했고, 분명히 요즘의 나는 풀어져 있었다. 그리고 핑계를 내 바깥에서 찾기 바빴다. 버나드 쇼가 했던 말도 문득 생각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이 처해 있는 불행이 환경 탓이라며 불평을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생각함으로써 자기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하던 것들이 실제로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맞는 말이다. 나를 둘러싼 환경 핑계를 대는 한, 나는 언제까지나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가 행상을 하며 꾸려가던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초등학교 3학년 1학교까지 학교를 다니지 못했던 이 책의 저자는, 자기의 환경을 탓하지 않았다. 열세 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금은방에 취직해 금은 세공기술을 익히고 이후 주물기술을 익혀 장난감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은 그는, 억울하게 도둑 누명을 쓰고 쫓겨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쓰라린 배신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아무리 힘겨운 여건 속에서도 자신의 재능과 가능성을 믿었으며,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갔다. 컴컴하고 좁은 부엌 바닥에서 연탄불에 수도 없이 물건을 녹이며 연구했던 시절,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월세 보증금까지 빼서 아내와 어린아이 세 식구가 여관방을 전전했던 시절, 그는 미래의 자신이 ‘장난감 대통령’으로 불리며 탑블레이드 팽이 한 품목으로 2년간 1조원 매출의 신화를 기록하리라는 것을 알았을까? 그의 열정에 절로 숙연해진다.

 또한 성공한 CEO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끊임없는 배움에 대한 강조가 아닐까 싶다. 특히 저자는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 3학년을 중퇴해야 했으니 더욱 배우지 못한 안타까움과 한이 컸는지 “무학인 나도 지금 이만큼 해왔는데 더 많이 배운 독자들은 분명 더 큰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더라도 공부를 못한 한계는 분명 있으니, 지금 어떤 자리에 있든 현실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공부하라고 조언한다. 요즘처럼 대학, 대학원 졸업장이 취업을 위한 ‘스펙 구성품’으로 전락해가는 시대, 부지런히 공부해서 그 배움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질 것을 말하는 그의 말은 울림이 크다.

 책의 제목처럼 ‘멈추지 않는’ 그는, 공전의 성공을 안고 이젠 편히 쉬라는 주변의 이야기들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새로운 사업인 게임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새로운 도전 중에 쓰라린 실패를 거듭하기도 했지만 그는 ‘살아생전에 성공이라는 것은 없다’라고 말하며 투지를 불태운다. 진정한 기업가란 돈을 버는 기업가가 아니라, 창의적인 사업에 끊임없이 도전하며 사회적인 인력 창출을 끌어내는 사람이라는 그의 철학에 진심으로 공감한다. 그의 ‘멈추지 않는’ 정신이 계속 빛을 발하여, 그의 소망대로 ‘창조적인 기업가’로 오래오래 사람들에게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정신이 번쩍 들게 하는, 고마운 책이었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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