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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 길을 잃다 - 대형 개발에 가려진 진실과 실패한 도시 성형의 책임을 묻다
김경민 지음 / 시공사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열심히 읽다보니 재작년의 일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2009년 1월 용산참사가 벌어졌을 당시, 나는 일본 히로시마에 머물고 있었다. 생존을 위해 건물에 올라선 다섯 명의 시민이 국가 공권력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던 참사가 벌어지고 있을 때, 내가 살던 마을에서는 골목의 전신주를 땅에 묻는 공사를 둘러싸고 약간의 갈등이 빚어지던 참이었다. 마침 히로시마 시청을 견학 중이어서 그 갈등이 조율되는 과정을 지켜볼 기회가 있었는데 꽤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공무원들도 시민 단체들도, 공사를 낙찰 받은 업체나 원 땅주인의 경제적 손익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선시하는 것은 거주민들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또 불가피한 경우에 침해했을 때는 실질적인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원칙이었다. 보상을 요구하는데 거동이 불편해서 움직이지 못하시는 90세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공무원들이 바삐 움직이는 장면을 지켜보고 난 후, 집에 돌아와 뉴스에서 접했던 용산 참사는 충격이 더욱 크게 전해져와 한동안 가슴이 먹먹했다.
모두가 놀랄 만큼 거대한 투자와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형 프로젝트들이 모두가 놀랄 만큼 부실하게 진행되고 관리되고 있다는 충격에 앞서, 저자는 우리의 도시 개발이 ‘건물과 기업’을 위한 것인지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위한 것인지 근본적인 것부터 돌아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계속 읽어 내려가는 동안 참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전체 국민 1인당 GDP의 20%를 차지하여, 선진국의 2배 이상 달하는 비중을 자랑(?)하는, ‘대한민국=토건국가’라는 공식은 역시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제대로 진척되지 못한 채 막대한 비용만 축낸 용산국제업무지구, 돈 없는 주민들을 내몰고 건설한 뉴타운, 이름만 거창했고 2년도 안되어 처참하게 파손된 한강르네상스, 가든파이브 등 화려하게 출범한 엄청난 규모의 메가 프로젝트들이 상업적 성과물도 없이, 거대한 부실로 종결되는 악순환의 고리들, 그 문제와 원인을 저자는 냉철하게 진단하고 있다. 미국과 아시아 도시 개발과 부동산 시장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의 전문가적인 통찰은 날카롭지만, 그동안 우리의 도시개발정책에 주민이, 사람과 환경이 배제되어 왔다는 것을 말하는 그의 인본주의적 시선은 따뜻하고 든든하게 느껴진다. 제대로 된 디벨로퍼와 공익성이 없는 도시개발 문제를 지적하며, 그 과정에서 빚어지는 잘못된 결과물은 결국 우리 모두의 부담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우리 모두는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