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경제교과서 - 한 권으로 끝내는 대한민국 경제사
손해용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경제 원조를 받았던 국가에서 개발도상국에 경제 원조를 주는 최초의 유일한 사례, 대한민국. 그토록 가난했던 우리나라가 어떻게 불과 반세기만에 세계적인 경제국가로 성장했을까?” 누구나 갖게 될 만한 가슴뛰는 질문이다. 음, 하지만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대답은 생각보다 빈약하다. 새마을 운동, 한강의 기적, 경제개발 5개년 개획... 학교에서 착실히 주입했던 기억이 나는 단답형 답들만 튀어나온다. 음, 뭔가 더 체계적이고 풍성한 대답이 필요한데. 가끔 뒤적이는 경제/경영서들도 거의 외서들었으니, 정작 우리나라의 경제역사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의 퍽이나 다사다난했던 근현대사,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리의 근현대사와 별도로 현대의 경제사만을 다룬 책은 만나지 못했던 것 같다. 1950년대부터 현재까지 격동의 60년을, 일간지 경제부에서 오랫동안 정책·금융·증권·국제경제를 취재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으로 맛깔스럽게 담아낸 이 책은 그래서 무척 반가웠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구성이 무척 짜임새 있고 술술 잘 읽힌다는 점이다. 1950~1960년대, 70년대, 80년대, 90년대 이후로 나누어 각 시대에서 배울 수 있는 덕목들을 제시한 구성인데, 각 챕터별로는 시대별로 사건을 나열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에피소드들과 뒷담화(!)들로 경제사를 풀어내고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딱딱한 교과서에서는 만나지 못했던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당시 정치적 배경과 사회 분위기, 인물들의 성격 등을 생생한 이야기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세상에나 경제사가 이렇게 신선하고 재미있을 수 있다니!

 이렇게 훌륭하게 지난 60년간 우리나라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를 체계적으로 잘 풀어낸 책인데, 뭐랄까 저자의 관점에서 아쉬움이랄까 한계점도 명확하게 보인다. '공정하고 균형잡힌 관점'으로 현대 경제사를 정리한 책, 으로 소개되어 있지만 과연 무엇이 ‘공정한’ 시각일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정주영과 이병철, 전태일의 이름을 함께 만나는 것만으로 과연 ‘공정하다’라는 형용사를 붙여줄 수 있을까. 전쟁 폐허 속에서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낸 한국의 기적적인 성장, 피터 드러커의 말대로 ‘세계에서 기업가 정신이 가장 강한 나라’로 발전해 온 과정에 초점을 맞추느라 친재벌과 독재를 통한 경재정책, 지역 편향주의, 중앙 중심주의 등에 대해서는 시선을 두지 못하는 저자의 시각이 아쉽다.

 이런 관점의 치우침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경제 현대사에 대한 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우리나라가 어떤 식의 발전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바탕으로 되짚어주는 이 책은 읽어볼 만한 가치가 분명히 있다. 대학생인 동생에게 이 책을 한국경제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다. 아, 하지만 ‘전태일 평전’도 찾아서 같이 안겨줘야겠다. 빛이 있는 곳에 어둠이 분명히 존재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믿기에.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