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방향으로 달려가라 - KBS 이재강 앵커가 풀어내는 20년 현장 분투기 우리 시대 베테랑들의 직업 에세이 1
이재강 지음 / 모루와정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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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부터 저녁 먹고 가족과 함께 모여 9시 뉴스 보던 시간은 말 그대로 ‘세상 돌아가는 것이 보이던 창’이었다. SNS 서비스와 인터넷 뉴스가 활성화된 요즘이지만, 이 익숙한 풍경은 여전히 굳건히 자리한 우리 생활의 일부가 아닐까 싶다.
어린 내 눈에도 단정하게 앉아서 뉴스를 전하는 앵커보다는, 현장에서 카메라 앞에 서 마이크를 들고 몇 마디로 상황을 요약해 전하는 기자의 모습이 너무나 멋있고 역동적이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언니와 함께 집안 곳곳을 취재(?)해 전달하는 기자놀이에 열중했던 기억도 나는 걸 보니 방송 기자란 직업은 내게 꽤 동경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20여 년의 기자 생활을 바탕으로 어렸던 내가 그렇게 동경했던, ‘방송 기자의 진짜 모습’을 진솔하게 보여준다. 24시간 경찰서에서 먹고 자야 했던 초짜 시절부터, 목숨을 건 취재 현장까지 생생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지옥을 방불케 하던 삼풍백화점 붕괴 현장에서 사전 스크립트 없는 생방송으로 뉴스를 전하기도 했고, 인도 특파원 시절에는 학살의 현장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기도 했다. 우리가 안방에서 편안하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이들의 노력이 필요한가를 새삼 다시 깨닫게 된다.

 왜 제목이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라”인가. 우리는 모두 안전하게 별탈없이 살고 싶다. 세상 살면서 뉴스에 나올 만한 사건들에 될 수 있는 한 말려들지 않으면서 말이다(아, 좋은 뉴스에는 나오고 싶으려나^^;). 하지만 사건 현장을 향해 끝없이, 그리고 즉각적으로 달려가야만 하는 게 기자의 숙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의 눈에 멋지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그 이미지는 뒤, 화면 뒤 생활의 애환에 대해서. 포탄이 언제 어디에서 날아올지 모르는 전장으로, 원자력 발전 사고의 현장으로, 사람들이 모두 도망쳐 나오는 곳일수록 오히려 기를 쓰고 다가가야 하는 기자의 숙명에 대해 담담한 어조로 말한다.

 방송 기자 20년의 경력답게, 한 시대를 영상과 메시지로 기록하고 전달하는 생활의 이면을 저자는 간결한 문체로 흡인력있게 생생하게 잘 풀어냈다. 특히 방송계에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피가 끓을 만한 내용이 가득하다.
사명감을 품고 자신의 길을 한눈팔지 않고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깊은 감동을 주고 지금의 내 모습을 돌아보게 하는 힘이 있다. 나는 얼마나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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