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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휘둘리는 아이 감정을 다스리는 아이
함규정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프로그램을 보고 “와, 아이는 충분히 바뀌는구나!”하고 누구나 감탄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다. 도저히 손쓸 수 없는 극단적인(?) 상황인 것 같은데도, 아이의 마음을 읽고 원인을 분석하여 현명하게 이끌어주니 나타나는 아이의 변화란 그저 놀랍기만 했다.
이 책이 말하는 것도 그것이다. 아이들에게 ‘너무 늦은 시기’란 결코 없다고. 부모들이 아이의 감정 상태에 대해서는 의외로 일찍 포기하곤 한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아이의 성적이 낮을 경우에는 학원이다 과외다 온갖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 승부근성(!)을 가진 부모라도 아이의 감정은 ‘타고난 천성’정도로 여기고 ‘이미 굳어졌다’며 일찌감치 관심을 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언한다. 성인과 달리 아이의 감정은 부모가 어떻게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말이다.
책을 읽기 전 5살 딸아이와 함께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요즘 부쩍 그림그리기에 재미를 붙인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스케치북의 소비량이 엄청나다는 데에 있다. 아이는 거침없이 쭉쭉 선을 긋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인데 8절 스케치북 한 장쯤은 눈 깜빡할 사이에 슥슥 다 채우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한 장을 다 채우기도 전에 자꾸 스케치북을 넘겨서 새 종이에 선을 긋는 것이었다. 아까 그리던 것을 마저 다 그리고 넘겨야지, 하고 몇 번을 이야기해도 자꾸 새 종이를 고집하며 짜증을 부리는 아이에게 나는 벌컥 화를 냈다. “너 이럴 거면 앞으로는 그림 그리지 마!” 아이는 결국 울기 시작했고, 오늘의 미술시간은 엉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 책에서는 ‘부모의 감정을 먼저 돌아보는 과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알려준다. 부모의 행동이나 감정 대처법이 아이에게 고스란히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금 전의 그 상황을 머릿속에서 리플레이 해보았다. 보통 때의 나는 아이가 그림 그릴 때 관대한 엄마이다. 벽에 낙서하기 시작하던 시기에도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는 대신 거실 벽에 전지를 붙여줘서 맘껏 그리라고 했을 정도로. 그런데 오늘은 점심을 과식했는지 속이 좀 불편했던 상태였고, 그 상황에서 아이가 스케치북을 낭비하는 모습을 보이자 짜증이 났다. 아이가 순순하게 내 말을 듣지 않고 짜증을 내자 내 화가 폭발했던 것이었다는 진단(?)이 내려진다.
아이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훌륭한 감정 선생님이 될 수 있는 부모들도 어렸을 때부터 제대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우지 못하며 자랐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불안감, 화, 죄책감 등의 다양한 감정에 휘둘려 아이에게 그 감정을 고스란히 표출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부모도 사람이니까” 사실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부모들의 감정 반응을 아이들이 그대로 ‘물려받는다’는 것이다. 물론 성장하면서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 것이 맞는지 배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린 시절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에 수긍이 간다.
아이가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 대한 부모의 적절한 대응법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여주어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주 꺼내 보며 내 감정을 돌보고 다스리기 위해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어본다.
‘세상에는 느껴도 좋은 감정과 느끼면 안 되는 나쁜 감정은 없다, 모든 감정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오히려 아이가 좋기만 하고, 슬프거나 화를 느끼지 못한다면 감정적으로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가 보이는 반응에 따라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확인하고,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조금씩 배워가는 것이라는 걸 생각해야겠다. 딸아이는 옆에서 칭얼거리다가 깜빡 잠이 든 모양이다. 이 어린 눈에 비치는 내 모습을 보며 마음이 힘들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화가 날 때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겠지. 힘내야겠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