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아이의 왕국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글.그림, 이지원 옮김 / 창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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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경을 시작한 여자아이의 마음을 섬세한 글과 상징적인 그림으로 표현한 그림책, <여자 아이의 왕국>을 넘기고 있으니 마음이 어느새 따뜻해져 온다. 참, 아름다운 책이다. 한 편의 짧은 글을 이토록 섬세하게 시각화할 수 있는 작가의 표현력과 상상력이란! 훌륭한 그림책이란 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림으로 ‘말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림들이 자기 목소리를 잘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고 나서도 신비롭고 은은한 이미지들의 여운이 계속 남아 있다.


 

 이 책을 보니 어렸을 적, 언니와 함께 잠자리에 누워 천장과 벽의 벽지 문양을 골똘히 바라봤던 시간들이 문득 떠올랐다. 우리는 그 무늬들이 살아 움직이는 상상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지금 생각하면 꽃모양이 잔뜩 박힌 촌스러운 벽지였던 것 같다. 아무튼 심플하고 모던한 벽지가 아니었던 것이 늘 심심했던 우리에겐 참 다행이었다) 어느새 잠들곤 했다. 작가도 나처럼 벽지를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펴던 어린 시절을 보낸 걸까? 새와 꽃, 나비 등 벽지의 단순한 패턴들이 작가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으로 생명력을 얻은 듯 그려진다. 그렇게 은은한 색에 물드는 듯한 아름다운 그림들을 따라가다 보면 생명의 아름다움과 소중함, 여성이라는 존재의 특별함이 절로 스며든다. 

 원래 “여자아이=공주”의 뻔한 공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책의 ‘공주’에 대한 해석은 새롭고 독창적이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벽지의 무늬들이 그림으로 살아나면서 여자아이는 동화 속의 공주로 변한다. 공주가 된 여자아이가 겪는 몸과 마음의 변화와 혼란스러움을 작가는 자연스럽게 공주들이 겪는 각종 고난들로 형상화한다. 마침내 고난들을 견디고 이겨낸 공주는 아름다운 화환을 쓰고 당당한 여왕이 되어 세상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마치 여자아이가 몸과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하여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마지막 장면이 잊히지 않을 것 같다.

 내 딸아이가 자라서 초경을 할 나이가 되면 꼭 다시 함께 읽고 싶은 책, 딸아이의 성장을 축하하면서 머리 맞대고 함께 오래오래 들여다보고픈 그림들이다.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따뜻하게 전해주는,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선물해주고픈 책을 만난 것 같다. 행복하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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