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델랑드 - 아름다운 사람
안병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나에게는 종교가 없다. 하지만 개인의 영달을 버리고 낮은 곳에서 희생과 봉사를 실천하신 신부님이나 수녀님들, 스님들의 이야기를 만나면 ‘종교적 사랑’이라는 것, 그 위대함에 뭉클해진다. 아마 누구나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일상에서 작은 이익 하나하나에 목숨 걸듯이 살아가면서 ‘이런 삶이 있구나.’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것, 그리고 이런 소수의 헌신적인 사람들이 세상을 그래도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 왔다는 것을 깨닫는 것... <루이 델랑드>를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들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루이 델랑드는 신학대학교를 졸업한 후 한국으로 가 선교사가 되는 길을 택한다. 집안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사회적인 지위를 얻고 존경을 받는 교수나 교구의 사제가 되는 길을 버린 것이다. 1923년, 일제의 탄압이 극에 달한 그 시기에 조선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그는 한국의 역사, 그 고난과 치욕의 현장에 늘 함께 있는 길을 택했다. 
 

 일제 치하 고통받고 있던 한국인들과 아픔을 함께했던 그는 무료진료소, 보육원, 양육원 등을 설립,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는데 평생을 바쳤다. 1972년 삶을 마감하는 날까지 가장 밑바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헌신한 루이 델랑드 신부의 삶... 그가 걷는 길은 고난의 가시밭길이었다. 일제의 감시와 탄압을 견뎌야 했고, 이육사를 비롯한 독립투사들을 돕다 일본 경찰에 의해 옥살이를 하기도 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 건립을 위해 노력하다가 공산당을 도왔다는 신고를 받고 고초를 겪기도 했고, 가난한 이들을 위한 시설을 운영하면서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어 내면서도 그는 소명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그의 길을 갔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지며 눈물이 났다. 그의 삶에서 받은 감동을 어떻게 글자들로 표현할 수 있을지...

 친한 친구 하나가 지금 한국 국제협력단에 들어가 아프리카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젊은 나이에 좋은 경험”이라고 격려하기도 하고 “대단하다”고 칭찬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것은 “왜 하필 아프리카냐? 우리나라도 아직 살기 힘든데”하는 반응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제 3세계의 아이들이 아무리 혹독한 굶주림에 시달려도,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이 명예 살인으로 개죽음을 당해도, 힘없는 사람들이 지뢰에 팔다리를 잃고 울부짖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평생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루이 델랑드가 1923년 한국행을 결심했을 당시 프랑스의 모든 사람들이 다 아무 문제없이 잘 먹고 잘 살았던 것은 아닐 것이다. 43년 동안 소록도에서 한센병 환자들의 손발이 되었던 마가레트 수녀와 마리안 수녀의 고국 오스트리아에도 소외된 사람들은 당연히 있었을 것이다. 머나먼 아프리카 수단에서 평생 희생과 봉사를 바친 이태석 신부의 눈에도 한국 복지의 사각지대는 보였을 것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더 절실하고 더 절박한 사람들을 위해 편안한 개인의 삶을 버린 사람들에게 그런 류의 말은 너무나 무신경하고 또 잔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우리사회는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게 훨씬 더 어려웠고 힘들었던 시절 우리를 위해 희생한 루이 델랑드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느 정도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벗어나게 된 이상, 어두웠던 시절 우리나라가 받았던 수많은 도움을 기억하고... 지금 도움이 절박한 곳에 그 사랑의 끈을 이어주어야 할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닐까.  


 가톨릭 사제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소명을 실천하는데 주저함이 없었고 그 소명을 죽는 날까지 잊지 않았고, 실천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사람. 가장 낮은 곳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한 사람. 해방 이후에는 좌우 대립에서 피해를 당하는 국민의 편이 됐고, 한국전쟁 이후에는 수많은 고아와 노인의 보호자가 되는 등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과 늘 함께 하는 삶을 살았던 루이 델랑드 신부만큼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 있을까. 누구보다 한국을 사랑했던 그가 지금의 한국 종교계를 보면 어떤 생각을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