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
향문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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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천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유튜브 검색을 하던 도중 우연히 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제목은 과거로 가도 말이 통할까?’

1900년대 초반부터 신라 시대까지 어떤 한국어가 쓰였을지 역추적하는 내용으로 구성된 영상이었다.


향문천 유튜브 과거로 가도 말이 통할까

 

이 영상을 보고 나는 향문천 - 글이 울리는 샘이라는 유튜브 채널이 흥미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향문천 유튜브 대문



 

향문천은 언어학 지식을 주로 다루는 유튜버이다. ‘향문천 - 글이 울리는 샘을 운영하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한국어와 교류가 있던 언어에 주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거란어, 여진어와 만주어, 중국어, 일본어, 류쿠어, 그리고 한국과 접촉이 있다고 여겨지는 서양 언어까지.


 향문천 홈페이지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인용하고 있고 책의 구성과 전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언어학자 윤희수의 주전공과 관심사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일본에서 연구하기 때문에 얼핏 보면 일본어 연구자 같지만, 사실은 류쿠어학 (류쿠는 지금의 오키나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적은 고대 한국어란 어떤 것인지를 알아내고 연구하는 것이다.

 

윤희수씨의 글에 따르면, 고대 한반도와 일본 열도의 교류는 백제와 고구려가 멸망한 7세기 중반까지 활발했다. 하지만 고대 일본어의 주된 문헌들이 나타내는 시기는 8세기이기 때문에 시기상 맞지 않는다. 따라서 고대 일본어로는 고대 한국어와의 관계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3-4세기 유물인 이나리야마 고분 출토 철검에 새겨진 명칭을 통해 당시 일본어로 어떻게 발음되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류쿠어학이 결정적인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고대 한국어 연구를 위해서는 고대 일본어 자료가 중요한데, 위 유물을 통해 류쿠어를 연결고리로 고대 일본어와 고대 한국어와의 교류 관계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고대 한국어를 연구하는 방법을 쓰는 것이다. (윤희수 브런치 스토리, ‘고대 한국어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일부 인용)

 

이 책은 4장과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실상 크게 5개의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한국어에 얽힌 오해는 고대 한국어는 어느 어족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고유한 한국어이다. 2장의 내용을 전개하기 위해 고대 한국어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고대 한국어에 대한 자료가 너무 부실해서 알타이족에 속해있거나 일본어와 동종이라는 생각에는 반대하며, 고구려어, 백제어, 신라어는 친연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2고대 한국어의 중심성에서는 고대 한국어가 근접한 다른 고대 국가들의 언어와 어떻게 교류하였는가를 구체적인 단어를 보여주면서 설명한다. 아래에 사례를 간단하게 예시했다. 독자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예들도 있을 것이다. - 메주, 멧돼지, 절 등의 불교 용어, 윷놀이 말의 유래 등

 

멧돼지와 염통



3고유명의 세계에서는 고유명사의 변화와 소멸에 관한 글이다. 삼국 시대의 국호, 지명, 왕의 존호 및 묘호, 성명에 대해서 어떻게 고유어가 한자어로 대체되는지를 보여준다. 과연 이사지왕은 어떤 의미인지를 분석하는 과정부터 이사금과 마립간의 어원, 신라의 언어 영향력은 어디까지?, 서울의 어원, 코리아는 어떻게 탄생했는가까지. 사례들이 모두 흥미진진하고 한국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4격변하는 시대에서는 구한말부터 현대 시대까지 한국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알려준다. 한국어는 특성상 한자어를 쓸 수밖에 없는데 일본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일본제 한자어)와 중국에서 만들어진 한자어(중국제 한자어)가 어떻게 근현대 한국어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준다. 일본과 중국의 한자어는 구한말부터 생활 깊숙이 침투하였다. 조선 후기의 한자어와 비교하면 특히 일본제 한자어가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얼마나 손쉽게 사용되는지, 그리고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가졌는지를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절실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부록의 두 부분 중 첫 번째는 거란소자에 대한 소개, 거란어가 적힌 동제(거란소자)형 원형경에 새겨진 문구에 대한 해석을 소개하는 글이다. 이 부분들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거란어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와 해석상 문제점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국내 한자 약어 제정 과정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는 언어비교역사학을 통해 한국어의 특징을 서술하였다. 게다가 사례도 군주의 명칭, 지명부터 동물, 음식 등 각 분야에 걸쳐서 재미있고 때로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사례를 많이 들기 때문에 대부분의 독자들에게 생소한 언어비교역사학을 체험할 수 있는 입문서로 적절하다.

 

그리고 고대부터 근현대까지의 한국어의 변화를 책 순서대로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 사용하거나 사용되었던 언어를 비교하기 때문에 거란어, 여진어 및 만주어, 몽골어, 중국어, 일본어, 류쿠어 등 듣기에도 생소한 언어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한 향문천 유튜브를 보고 이 책을 읽으면 이해도 쉽고 흥미도 더 생기는 시너지 효과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다만, 1부에 나오는 고대 한국어 단어의 형태와 음가는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진다. 게다가 언어역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생소한 것이 많다. 이러한 생소함을 줄이기 위해 책 앞부분에 용어 안내를 하고 있으니 참고하면서 읽으면 조금은 어려움이 줄어들 것이다.


용어사전


 

2부부터는 언어비교역사학에서 필수적인 부분, 타 언어 간 비교 때문에 외국어가 다량 출현한다. 번역이 전부 되어 있긴 하지만 낯선 것을 경험함으로 인한 불편함은 독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몫이다. 자신이 즐겨 사용했던 외국어가 아니면 이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데 전공자나 경험자가 아니면 많이 경험했을 리가 없다. 하지만 독자에게는 좀더 쉽게 이해하기 위한 무기를 하나 가지고 있다. 위에 소개한 바로 그유튜브 채널이다.

 

4부의 4번째 일제의 언어적 잔재’(236~244)에 따르면,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한국어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현대 한국어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제 잔재 청산을 목적으로 언어 순화하는 과정이 있었다. 작가는 응급 처치는 되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의도를 가지고 받아들인 단어와 구한말에 들어온 단어 등 너무 많은 일본제 한자어가 들어왔고, 이에 따라 어느 선까지 언어를 순화해야 하는지 어렵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이상으로 일본제 한자어를 순우리말 등 우리나라에서 만든 단어로 바꾸기는 힘들다고 보았다.


하지만 아직도 일제강점기에 의도를 가지고 바꾼 것으로 추정되는 단어는 많이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단어들이 발견된다면 당장은 힘들어도 천천히 조금씩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사용하면서 변화한다. 세월이 지나면서 언어는 변한다. 이 변화를 연구하는 언어역사학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고전 그리스어와 라틴어와는 다르게 고대 한국어는 남아있는 자료가 너무 없어서 연구하기엔 너무 까다로운 존재였다. 이 책은 그 연구와 논의를 대중에게 끌어내는 중요한 디딤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고대부터 현대까지의 한국어의 변화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시대 순서대로 나열하였다.

이 책을 통해 한국어에 대한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한민족의 보물인 한국어를 더욱 잘 가꾸고 사용하는 독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서평은 출판사룰 통해 도서를 제공 받았으며, 작성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토대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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