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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_하나님의 흔적 1 - 40인의 일상 속에 새겨진 하나님의 흔적
신재철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4월
평점 :
내가 딱 맘 속에 기획하고 있었던 컨텐츠였다. 아들과 간혹 이곳 저곳 나들이를 다니면서 그 장소에서 만났던 이들에 대한 리포트,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취재해서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을 아주 오래 전에 했더랬다. 내가 변방 중에서도 변방의 존재였기 때문에, 생활 속에 묻혀 전혀 이름나지 않은 그런 사람들을 취재하고 싶었고, 그렇지만 자신만의 색깔과 가치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하고 그걸 글로 써내고 싶었다. 1번 타자 ###, 2번 타자 ###, 3번타자 ###,,,이런 계획이 있었는데, 앗, 이제 나의 꿈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아니다, 나는 여성들만 찾아서 만나볼까, ㅋ
이 책은 <만화방 이야기>의 저자이신 신재철 목사님이 40인의 그리스도인을 만나서 인터뷰한 기록이다. 그러나 인터뷰이 분들은 BTS같은 지명도를 가진 분들은 아니다. 이분들 중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께, "저 오늘 만나러 갈께요, 시간 좀 내주세요"라고 부탁드리면, 단번에 거절하지 못하고, 환영해주실 분들이 있다. 그만큼 나와 동떨어진 하늘 높이 계신 분들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보적인 자기다움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그 삶의 여정 안에 하나님의 흔적을 남기며 걸어가신 이야기들이 잔뜩 실려 있다.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다. 아는 분부터 읽으면 된다. "책을 쓰다가 인생을 다시 쓴 사람, 김기현"목사님, 로고스 서원, 글쓰기 학교에서 1년간 사부님과 함께 했기 때문에, 너무나 친근하고 반가웠다. <글쓰는 그리스도인>이란 책과 더불어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라는 책 때문에 지금 나와 몇 분이 함께 하고 있는 <다북다복> 읽기 공동체가 꾸려졌다. <다북다복> 공동체는 김기현 목사님의 <말육거>를 근간으로 읽어가는 읽기 공동체이다. 그래서 목사님께 빚지고 있는 바가 매우 큰데, 내가 글쓰기 학교에서 목사님게 느꼈던 바는 무척 겸손하신 분이라는 것, 후배의 삶에 빛을 비춰주고자 진심을 다하신다는 것이다.
"한국인 저자에게 진심입니다라고 하신 강인구" 대표님, 한국인 저자에게 진심이라시니, 너무나 감사하다. 사실 어쩔 수 없이 번역된 책을 읽다보면, 언어가 주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한국 저자의 책을 읽고 싶던 차에, 한국인 저자 발굴에 진심인 출판사 대표님의 고백이 너무나 반가웠다. 게다가 여성작가 발굴에도 관심이 있으시니 역시나 혜안이 있으시구나 싶다. 여성성이 조금씩 빛을 내는 시기인 것 같다. 나만 해도, 남성 작가들에게 약간은 지친 마음이 들곤 한다. 남성들이 가진 좋은 점들이 많지만, 때로 지나치게 가르치려 든다거나, 고자세의 글들을 대할 때면, 읽기를 집어치우고 싶다. 반면에 여성들은 논리가 충분하면서도 수평적인 입장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기 고백적이고 공감적인 글을 내놓기 때문에 독자에게 훨씬 가까이 다가가는 것 같다. 바야흐로 여성작가의 발굴이 시대적 요구라고 나 또한 생각하고 있다.
네 파드로 이루어져 있다. 소명과 꿈, 그리고 삶과 도전이 각 파트의 키워드라 하겠다. 비록 이렇게 챕터가 구분되어 있지만, 네 파트의 공통된 점은 다양함이다. 사람도 다양하고 부르심도 한결같지 않고, 삶의 현장과 직업(비록 목사라고 할지라도)까지 천차만별이다. 특히 목회자의 사역의 모습과 현장은 더욱 그러했다. 아무래도 본캐가 목사님인 분들 인터뷰가 많았는데, 학자나 저자 등의 익숙한 직업군도 있었지만, 사역의 현장은 너무나 다양했고 이것은 하나님께서 구석 구석 자신의 사람들을 보내고 계신다는 싸인처럼 느껴졌다.
나에게 특히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버스 교회 이야기, 강원식, 권명진" 편이었다. 일단 버스를 교회로 리모델링 했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다. 이런 발상을 했다는 것도 신기했고, 버스 교회를 시작한 이유 또한 감명 깊었다. 찾아가는 예배를 위한 교회 정체성, 인터뷰이가 고백한대로, "성도가 늘어나고 성전을 짓고, 이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냥 하나님의 말씀이 필요한 곳을 찾아가는 것, 정말로 갈급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그냥 전달해 드리고 오는 것이 저희 버스 교회의 마지막 목표예요."(176p)라고 고백한 것처럼, 기동성과 유동성을 겸비한 버스교회가 그야말로 찾아가는 복음서비스(?)를 하는 데 부족함이 없겠다 싶다.
"대리운전하는 목사입니다, 박종배"편은 이미 책으로 읽은 바가 있다. 그래서 익숙한 분이었다. 그래서 새로울 바가 없을 거라 여겼는데, 다음과 같은 문장을 읽으며, 다시금 개척 목회자의 어려움이 실감났다.
"재정이 바닥을 치니까 참 난감했습니다. 날씨로 비유하면 추운 겨울에 반팔만 입고 서 있는 느낌. 흔히들 개척 교회를 영적 최전선이라고 합니다. 전쟁터에서 총알이 떨어지면 그다음 할 수 있는 것이 육박전이죠. 육박전은 체력에 한계가 있어요. 그래서 무기를 든 사람에게 밀릴 수밖에 없죠. 마찬가지로 재정이 바닥을 치니까 너무 힘들고, 거기에 따른 정신적 피폐함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167p)
목사님은 대리운전과 택배 등의 일을 하며 이중직으로서의 목회자의 삶을 살아내셨고, 교회가 아닌 평신도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에서 도리어 목회나 설교의 힌트를 실감나게 얻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리고 평신도의 삶에 훨씬 가깝게 다가갈 수 있었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감사를 전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은, "앞으로 선교나 전도의 패러다임도 삶 속에서 우리가 예수님을 보여주는 '작은 화면'이라는 것, 그저 문장이 아니라 이중직의 목사 노릇을 하면서 느낀 것이기에 그저 문자로만 다가오지 않고, 가슴으로 전달이 된다.
성전신학이 팽배할 때, 이스라엘은 하나님께서 예루살렘의 성전에만 하나님이 임재하신다고 여겼다. 얼마나 확고부동한 신학이었는가. 그러나 바벨론 포로로 끌려가는 역사의 질곡을 겪으면서 하나님은 성전에만 국한된 분이 아니라 온 세계에 편만히 거하시는 분임을 이스라엘은 경험한다. 성전이 없는 곳에서 예배할 수 있었고, 하나님의 임재를 맛볼 수 있었다는 건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회당 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한 곳, 이스라엘 성전에서만 예배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들이 이방의 땅에서 열 명 정도만 모일 수 있다면, 회당이 만들어졌고, 그곳에서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었다. 성전에만 제한되었던 하나님께서 자유롭게 되신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지만.
교회가 위기이고, 신앙의 위기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인간이 제한해 버린 하나님의 위기일 것이다. 하나님은 제한 받지 않으시는 분이시기에, 이 시대에 하나님은 그분의 방식대로 인간의 유전을 깨뜨리시면서 신앙공동체를 만들어가시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시종일관 엮어주는 다양성은 바로 이를 입증하는 것은 아닌지...그래서 반가운 책이다.
마지막으로 스토리39, "디자인으로 예배합니다, 전은호"편에서 목소리 높이는 "예술에 투자해 주세요"의 외침. MZ세대를 위하여 필연적인 일이지 싶다. "요즘 MZ 세대에게 비주얼이 얼마나 중요한지요. 스피치, 스피킹으로 다 되는 시대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아직까지 교회는 전통적인 설교라는 방식에만 의존하고 있어요."(281p)
청년을 집안에 둘이나 두고 있는 엄마로서 깊이 공감한다. 지금이야말로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다. 먹을 것이 없고 사는 것이 곤궁할 때는 그저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신앙을 갖기가 용이했다. 이 때는 상상력의 시대는 아니었지 싶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상상력이 필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예술이 필요하다. 아름다움으로 하나님을 인식할 때, 그것이 가장 깊은 영성이라던가. 내가 알고 있는 인식의 세계를 넘어선 하나님을 상상할 수 있는 힘이 바로 예술에서 나오는 것이지 싶고, 그것을 실현해 내면서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것이 이시대의 그리스도인들이 누려야 할 특혜이면서 의무이지 싶다.
#스토리_하나님의 흔적 독후기가
#저자, 신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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