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영감톡 -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주는 100가지 삶의 영감
남경호 지음 / 세움북스 / 2024년 3월
평점 :
대학생인 아들이 둘이다. <영감톡>을 읽게 된 이유가 이 녀석들 때문이다. "크리스천 청년들에게 주는 100가지 삶의 영감"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영감톡>
자주 대화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니, 나의 일방적인 썰이 아니었는가, 싶은 반성의 되곤 한다. 이 녀석들이 궁금하고 가려운 것들이 무엇인지 나는 인식하고 있는가, 이 녀석들의 삶에 대한 질문을 나는 알아채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해본다. 이런 질문들 뒤엔 항상 이 녀석들이 살아갈 세상과 내가 살아갈 세상이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내제되어 있다. '꼰대'가 되지 않으면서도 <영감톡>처럼 영감을 줄 수 있는 대화가 될 수는 없을까, 고민이 되는 건 어쩌면 나만의 고민은 아닐 것이다.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한 번 얻어보고자 이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총 5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학업과 취업 준비, 교회생활과 신앙고민, 일상생활과 위로, 연애와 결혼, 인간관계와 인생조언이라는 다섯 개의 파트에 각각 20개씩의 주제와 대답을 수록했다. 총 100가지의 주제이다. 그래서 읽어갈 때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된다. 가장 가려운 부분을 먼저 읽어보면 된다. 내가 비록 청년은 아니지만 그래도 두 청년과 함께 생활하는 부모로서, 그 녀석들의 나눴던 대화들을 단서 삼아 우리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이 어떤 곳들을질문일까를 생각하며 그 부분은 더욱 집중해서 읽었다.
"때로는 보이지 않을 때 더욱 잘 보인다", 80번째 제목이다.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이다.
"연인 사이에도 시각이라는 저울을 사용하여 서로에 대한 사랑의 무게를 재고, 그 사랑이 얼마나 묵직한지를 끊임없이 확인하고자 하죠. 그러나 사랑을 눈으로만 보면, 착시 현상에 영향 받기 쉬워요"
저자는 이런 사랑의 착시 현상을 언급하면서 눈에 보이는 사랑과 보이지 않는 사랑을 잘 비교해준다. 일명 빛 사랑법과 소금 사랑법. 빛 사랑은 그 빛이 실낱같을지라도 일단 눈에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분명 있다고 말한다. 반면 소금 사랑법은 눈에 바로 보이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느껴지는 사랑법이라고 한다. 소금은 자신의 몸을 완전히 녹여 짠맛을 내야 하기에 눈으로 가늠하기(203p) 불가능하다고 조언하면서. 소금 사랑법이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상당히 답답하고 두렵겠지만, 저자는 이 소금 사랑법이 더 성숙한 사랑임을 말씀을 통해서 더욱 강조한다.
청년들에겐 이런 조언이 너무 막막하다 느낄 수 있겠다. 하지만 결혼 생활을 통해서 부부가 어떻게 결혼을 통해서 사랑을 지켜가는지를 경험한 크리스천들이라면 아마도 저자의 조언을 매우 적절하다 느낄 것이다. 결혼생활이란 어떤 측면에서 자기부인의 신앙고백이 가장 선명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소금이 물에 녹는다는 것은 자기 부인의 생활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길을 가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제목을 단 영감톡 또한 매우 유용한 조언이 있다.
나도 청년 때 그랬던 것 같다. 어느 길로 가야 합니까, 어떤 선택을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 앞에서 기도도 해보고, 어떤 응답이 있기 전에는 선택을 하지 않아야겠다는 걸 믿음이라고 여겼었던 것 같다. 이것은 기실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란 걸 나중에야 깨달았는데, 인생을 살아가다가 실패하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싶다. 크건 작건 간에 성공을 간절히 바라는 우리의 마음이 필연적이듯, 실패의 경험도 필연적이다. 그래서 실패를 피하려는 마음은 그닥 현명하지 않다. 그러나 또 한편 아이러니인 것은 내가 실패라고 생각해서 그것이 꼭 실패인 것만은 아닐 때고 있다. 저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매우 제한적이라고는 명시한다. 그래서 한 길을 선택하면 다른 길은 하나님의 길이 아니라고 판단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걸, 성경의 사례를 통해서 시원하게 알려준다.
선교여행의 문제로 바울과 바나바가 서로 다투고 헤어졌는데, 그렇다면,바울이 선택이 옳은 것인가, 바나바의 선택이 옳은 것인가,라는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울이나 바나바나 공히 그들의 사역은 실패하지 않았다. 비록 의견이 엇갈리고 충돌이 있었지만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크리스천 청년 여러분, 하나님께서 열어놓으신 길은 하나가 아니에요. 살아가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해야만 하는 일로, 의도치 않게 중요한 일로, 그러다가 급한 일로, 어느 때는 평범한 일상에 머무는 삶으로 옮겨 가야 할 때가 있을 거예요. 반드시 가야만 하는 한 가지 길을 정해두지 마세요....삶의 선택에 변화가 올지라도, 심지어 그 모양새가 전혀 다르다고 할지라도 여러분을 향한 하나님의 뜻은 여전히 똑같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241p)"
이런 조언을 읽으며, 청년들이 유연한 사고를 하면서 자신의 선택에 자신감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 집 두 아들들은 외모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휘트니스 센터에 다니면서 몸매를 관리하고, 턱선이 날렵한지 뭉툭한지 살피고, 패피까지는 아니더라고 자기의 패션이 호일지, 불호일지를 체크하며, 집을 나서곤 한다. 아무래도 보이는 것이 넘쳐나는 때에 피치 못할 운명처럼 외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저자 또한 자신의 외모로 곤혹을 겪은 에피소드를 언급하며,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라 깊이 뿌리내린 거목같은 태도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자신을 외모로 판단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오해는 전적으로 당신들의 몫입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를 가지라고 말이다. 이렇게 담대할 수 있는 마음은 외모가 아닌 중심을 보는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임을 언급하면서.
단지 외모 뿐만 아니라, '미움 받을 용기'라고 했던가, 타인이 가진 불호와 미움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 마음은 내 삶의 뿌리에 어디에 내려졌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수 있음이다.
71번, 스킨십과 혼전순결에 관한 톡 또한 청년들에게 이슈 중의 이슈일 것이다. 요즘처럼 연애라는 말 안에 이미 육체적인 관계를 내포하고 있고, 모솔이라는 말이 청년들에게 치욕스런 말이 되어버린 시대, 이런 시대를 살아가면서 크리스천 청년들은 많이 혼란스럽고 어디에 기준을 둬야할 지 혼란스러울 것이다. 저자는 이성 교제를 하면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각을 제시한다. 육체적으로만 바라보는냐, 즉 성적 대상으로만 보느냐, 아니면 전인격적으로 상대를 바라보느냐의 시각. 그러니까 결혼식 이전에 순결을 지켜야 한다, 말아야 한다는 이런 구태의연한 조언이 아니라, 상대를 예수님의 시선으로 볼 수 있느냐를 묻는 것이다. 예수님은 한번도 우리를 도구화하신 적이 없으시고 우리의 전 존재를 위해서 죽음도 불사하신 분이시다. 그러니 우리 또한 어떤 존재도 수단이나 도구로 볼 수 없는 것이다. 결혼을 한 사이라고 할지라도 만약 상대방을 성적 도구로만 상대한다면 이것은 죄다. 그래서 혼전순결의 시간적 경계를 정해주는 유치한 조언을 하지 않고 예수님께서 우리를 상대하신 그 모습을 우리에게 투영시킨다. 명답이라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