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깡통 집 햇살어린이 48
김송순 지음, 유연경 그림 / 현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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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깡통집>이란 제목에 흥미를 느끼게 된 현북스의 책을 만났습니다.

표지의 그림에서 보이는 깡통집 덕분에 읽기전 호기심을 자극시켰는데,

가벼운 상상과는 달리 이야기 첫 부분부터 어딘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장면이 나와 당황스러웠습니다.

잠시 이 책이 햇살 어린이 시리즈라는 점을 잊고 있었나 봐요. ㅎㅎ

책을 다 읽고 난 후 이 표지그림을 보고 극찬하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깡통집을 있는 그대로 컨테이너로 표현했다면 얼마나 삭막하고 허무했을까..

등장한 고양이와 오리들을 보고 아빠와 찬우의 표정에서 느껴지는 안도감, 그리고 캐리어 위에 있는 봄이로 추정되는 봄이..

모든 내용을 다 품고 있는 이 표지 장면에 자꾸만 시선이 갔습니다.


 


 

찬우의 엄마는 도통 아이에게 관심 없는 듯 싶습니다.

상황으로만 보아서는 찬우가 문제아여서 엄마가 포기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이 장면에서 찬우는 노랑머리 아이가 아닌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 아이랍니다.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이 입을 다문다고 걱정하는 엄마들의 대화를 자주 듣곤 하는데,

어쩌면 엄마가 귀담아 들어주지 않기에 입을 다무는 것이 아닐까요?

각자 입장이 있고 나름은 상대에 대해 최선을 다한다고 하지만

생각해 보면 저 또한 아이와 시선 맞추고 대답해 주는데 영혼없는 리액션을 해 주는 일이 빈번해 지는 것 같아요.

큰 일이 일어난다면 대화를 나누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평소에 사소한 대화를 자주 하지 않은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는 오히려 큰 일을 마주했을 때 이야기 나누기가 더욱 힘들 거란 생각이 들어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무시 하는 행동을 '응'이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아이가 어렸을 때는 사소한 작은 행동 하나에도 관심 갖고 박수치며 호응해 주곤 하였는데,

이젠 게임이나 만화 같은 엄마 기준에는 쓸데 없다 생각하는 이야기들을 재밌다고 전해주는 아이의 말에 성의 없이 아이가 싫어하는 '응'을 해 주며 상처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네요.


하지만 이 책 속의 찬우 엄마는 우울증 때문이었어요.

찬우가 어릴 때 엄마와 아빠는 찬우에게 담뿍 사랑을 주며 행복한 가정을 꾸렸지요.

하지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장애를 갖고 있는 삼촌을 외면하지 못하는 아빠와 시설에 보내자는 엄마의 의견 충돌로

아빠는 삼촌과 함께 농장이 있는 곳으로 떨어져 살게 됩니다.

돌멩이를 던져 고양이를 죽게 만든 후에도, 가상 게임 현상에 중독되어 오리들을 괴롭혀 다치게 한 후에도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가  정말 구제불능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노랑머리의 괴롭힘과 어릴 때 맞벌이한 부모가 맡긴 어린이집에서의 기억 때문에 어둠을 유독 무서워 하는 아이의 사정을 듣고 나니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바라는 것은 당연한 관심 뿐이었는데,

그 당연함이 허용되지 않은 가정에서 구성원은 제 각각 아픔을 겪으며 살고 있습니다.

단순히 게임 많이하면 이렇게 게임 중독에 걸려 가상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을 경고하듯 이야기 해 주기 보다

우리 주변에서도 개구진, 때로는 문제를 일으키는 친구들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 어떠한 사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길 바랐습니다.

사실 저 조차도 아이를 키우고 있으면서도 표면적인 행동만 보고 아이들을 판단하는 우를 범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거든요.

이야기 과정에서 세 번 밖에 본 적 없는 친구였지만 찬우를 선입견 없이 대해 주었던 선우라는 친구가 의미하는 바가 큰 것 같아요.


여전히 상냥한 말투는 아니었지만 기다리고 있으라는 엄마의 문자에 기분좋아져 벙실거리는 찬우의 모습을 보며,

찬우 엄마도 어서 건강해 지길 바라며 아빠와 엄마가 함께 살 수 없다 하더라도 각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찬우도 조금더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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