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곱 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27
류젠핑 지음, 유소영 옮김 / 보림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올해 일곱살>이란 제목과 산뜻하고 귀여운 이미지 그림, 초등학교 1학년 아빠의 육아 일기란 작은 타이틀이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그 동안 내가 보아왔던 보림 중국 아동문학 100선의 소재와 사뭇 다른 이 표지와 이미 지나간 시절의 이야기란 생각에 사실 크게 흥미로움을 느끼지 못했더랍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고 등장한 1986년 8월 29일.. 그 즈음 국민학교를 다니던 나의 이야기일까 싶은 설레임에 글에 몰입하게 되었습니다.

목차에 있는 <올해 일곱살><외로울 때 친구><동굴 탐험>이 하나의 이야기일까 싶었는데, 세 편의 중단편 내용을 묶어 놓은 책이었습니다. 각각의 이야기가 들려주는 메세지는 이전의 책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쳐지지 않을 좋은 내용들이었습니다.

타이틀인 <올해 일곱살>은 읽는 내내 저의 어린 시절과 초등생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역할에 따른 감정이입을 하며 읽게 되었습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역사의 근현대사 부분을 살았던 사람이 되었지만, 이 책을 통해 그 즈음 가깝지만 잘 몰랐던 중국의 배경에 대해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사람 사는 것은 다 똑같다는 것을 다시 느끼는 시간이기도 하였답니다. 선봉단이나 공산 청년단 등의 단어를 발견해야 아, 중국의 이야기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태교때부터 아이가 자라는 순간순간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육아일기를 써오고 있었는데요. <올해 일곱살>은 육아 일기를 쓴 당사자가 아빠라는 상황에 부러움을 느끼게 됩니다. 아이 아빠가 이런 세심함을 품고 있길 바랐지만,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니 함께 주말마다 놀러다니는 것으로 사랑 표현을 하는 아이 아빠의 표현도 존중해 주어야 하겠지요.

문제는 아이가 커감에 따라 저의 기록도 사그라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자신의 옛 이야기를 훑어보는 것을 좋아하는 녀석인데, 이쯤이면 이제 본인이 본인의 일기를 써도 되겠지 싶어 아이에 대한 기록쓰기를 게을리 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 글을 읽다보니 잠시 멈추었던 기록을 제대로 남겨줘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1980년대 중국은 일곱살 생일이 지난 후에 진단 평가를 받고 학교에 입학하나 봅니다.

유치원 친구들을 못만나 아쉬워 하는 장면과 유리를 깬 장면에 깊은 공감을 하게 되더라고요.

사실 제 아이는 아보처럼 개구쟁이는 아니지만 입학 후 쏠쏠치 않게 여러 사건에 휘말리면서 본의아니게 선생님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할 일이 많았거든요.

그렇게 일거수 일투족 아이의 손 발이 되어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헬리콥터 맘으로 지내다 조금씩 분리되는 것을 시도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그래서 <동굴 탐험>으로 이어지는 부모의 무조건 적인 과잉 반응에 공감하면서도 부끄러움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아이를 낳은 후 줄곧 나는 없어지고 아이의 아바타로 살고 있음을 한탄하고 있었는데,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해달라고 아이가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내 맘대로 감정 이입해 놓고 내 맘대로 아이를 조종하려고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을 부쩍 하면서 내 스스로 아이와 분리되는 연습을 하여야 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아빠는 아빠고, 너는 너니까 란 한 문장이 마음에 딱 와 닿네요.

묵묵히 바라보고 기다려주면 뭐든 해 낼 수 있는 아이란 믿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엄마의 조급증과 조바심 때문에 우리 아이가 더 큰 꿈을 꿀 수 있는 세상의 발디딤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큰 기대를 품고 읽었던 책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제 어린 날 회상과 더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고마운 시간이었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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