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걷는 소년 다림 청소년 문학
이순원 지음 / 다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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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소재로 다룬 이야기는 여러번 접하였지만 이번 이야기 속 시간의 의미는 좀 더 묵직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죽음이란 단어는 왠지 금기시 된 말인 것 같아 애써 꺼내려 들지 않는데, 서양 문화를 통해 메멘토리움을 배운 후부터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죽음의 존재를 인지하면서 현재를 좀 더 충실히 살아내고자 하는 마음다짐을 하곤 하였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 자무, 자묘를 비롯해 원래 이름이 있지만 이름을 부르면 안되는 볼트모트처럼 죽음이 눈치채지 않게 하기 위해 원래 이름을 불러주면 안될 것 같은 생각마저 듭니다.

태어날때부터 작고 약한 아이였기에 할머니께서는 귀한 목숨 유지를 위해 많은 애를 써주십니다.

요즘도 시골에서는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까, 아니면 시대가 완전히 달라진 걸까하는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게 된 순수문학의 세계라고나 할까요.

할머니의 손자사랑을 담뿍 느낄 수 있는 이야기 전개였지만,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아이에게 건강에 대한 조심을 세뇌시키지 않았더라면 어쩌면 소년은 좀 더 자유롭게 세상을 즐기면서 살 수 있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할머니의 죽음과 명어머니의 딸 영숙이의 죽음을 통해 느끼게 된 소년의 죄책감 또한 짊어지지 않아도 될 짐을 지고 살아가는 것 같아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나라의 장례문화를 익힐 수 있게 됩니다.

요즘엔 아주 간소하게 되었지만 21일장으로 긴 할머니의 장례식을 통해 우리의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허례허식에 치우쳐 형식에 너무 얽매였다고 비판하는 생각이 먼저 들기도 하였지만, 하나하나에 새겨진 의미를 생각해 보면 돌아가신 분들을 비롯한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참 우리 것을 배우고 익히는 것에 인색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애써 다른 나라의 문화를 찾아 배우고 의미 새김에 열심이면서도 우리 것에 대한 관심 갖기는 게을리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면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 속 시간을 걷는 소년 외에도 우리의 전통 사상과 뿌리에 대한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기에 더욱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자무는 자신의 세상보다 할머니와 이야기 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스님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가치를 조금씩 찾아가게 되지요. 나무를 지켜주는 일, 그러기 위해서는 산공부 절공부도 필요하지만 세상공부도 필요하게 되지요.

모든 것이 순리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할머니께서 살아계셨을 때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살아가는 자무였지만, 할머니께서 가신 후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스스로 헤쳐나갈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

늘 자신의 이름이 명부에 올라있을까봐 두려움에 떨며 살 수 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지켜주는 사람이 많아서 다 괜찮다는 어머니의 한 마디가 삶을 지탱할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해 준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삶과 죽음이라는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어찌보면 아이의 성장을 다룬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유년기에는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 이젠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 질 수 있는 오롯이 본인의 삶을 살기 위해 힘든 첫 발을 내딛는 청소년기로 바른 성장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부모로서 곁에서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런 저런 간섭이나 조언이 아닌 널 지켜주는 사람이 많으니 다 괜찮다는 응원의 한마디가 아니였으까요.

부모욕심에 놓치고 싶지 않아 주석으로 달아 놓은 우리의 문화에 대해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을 내비치긴 하였지만 진심으로 아이에게해 주고 싶은 말은, 다 괜찮다는 한마디였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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