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수필 읽기 천천히 읽는 책 25
피천득 지음, 이주영 엮음 / 현북스 / 2018년 5월
평점 :
품절


 

수필하면 저절로 떠오르는 이름.. 바로 피천득 선생님이지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학창시절 수필을 읽으며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감수성은 지니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제와 그 시절 읽었음직한 책들을 다시 펼쳐보며 넓은 시선으로 작품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듦을 인정하고 좋아하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것 같아요.

피천득 <인연>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는 것이 없었지만 왠지 강조되었던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는 반드시 읽지 않으면 부끄러운 것 같단 선입견이 생기곤 합니다.

그런 영향에선지 피천득 선생님의 작품들을 모아놓은 이 책이 무척 소중한 가치를 지닌 책이란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 책에 실린 글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쓴 글이 아니라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읽어도 좋겠다 싶은 글을 골랐고

피천득 선생님께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두 여성 어머니와 딸에 대한 글,

존경하는 도산 안창호 선생과 아이슈타인, 상해에서 본 거지이야기와 더불어 종달새란 작품을 수록했습니다.

어머니, 딸, 놀이, 사람, 나 라는 흐름을 염두해 두고 엮은 엮은이의 수고로움도 돋보이는 구성이었습니다.



 


피천득 선생님의 작품도 접해볼 경험도 적었지만 선생님의 인생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수필들을 읽으며 어렴풋이나마 선생님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지요.

도산 안창호 선생과 인연을 맺게된 이야기를 보면서 앞장서 나아가지 못함은 우리와 같았지만 끝내 친일에 가담하지 않는 소신은 있으셨던 분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일찍 부모님의 여의셨는데,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하였어요.

어쩌면 엄마가 충족시켜주지 못한 사랑을 따님한테서 찾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였어요.


사실 딸에 대한 대단한 사랑을 엿보면서 아버지의 사랑이 참 부럽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아름다운 아내를 맞이하지 못하였던 것이 딸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보니 딱 읽기 싫어지더라고요.

혹시 딸 서영님의 인물이 그닥 좋지 않아서 미안해서 그랬나 싶기도 하고,

아니면 문맥을 잘못 이해하고 제가 오해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기도 하고..

엄마 인물이 좋지 않아 미안하다는 아버지의 글을 보는 따님의 마음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하더군요.

작가의 이름 석자 때문에 작품이해에 있어서도 무조건 너그러웠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더군요.


장난감 가게 주인을 부러워하였던 작가의 유년 시절을 떠올려보니 아들녀석 생각이 났어요.

여전히 히어로 팩토리 시리즈에 열광하는 녀석도 나중에 이러한 추억의 글을 남기면 좋겠단 생각도 들었답니다.


 

 

 

많은 작품이 수록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아인슈타인의 유머감각 부분이었습니다.

남편이 아인슈타인을 너무도 좋아하고 존경해서 저도 관심 좀 가져볼까했는데 도저히 남편이 극찬하던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는 것이 어려웠었거든요.

그런데 아인슈타인이 들려준 한남녀의 이야기와 뜨거운 난로 옆 이야기는 정말 인상적이었답니다.


딸 서영이에게 천천히 먹고, 천천히 걷고, 말도 천천히 하라고 늘 천천히를 강조하는 피천득 선생님의 말씀은

현북스 천천히 읽는 책 시리즈에 딱 맞는 주제의 책이었던 것 같아요.

단숨에 읽어내릴 수 있는 짧은 글 형식의 글들이지만 천천히 읽어내리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딸에 대한 사랑을 , 존경하던 도산 안창호 선생님에 대한 미안함을, 시대가 준 엮경 속에서 느낄 수 밖에 없었던 자유에 대한 갈망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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