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동네 천천히 읽는 책 24
하종오 지음, 김홍비 그림 / 현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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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릴적엔 의도적으로 동요를 많이 들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었는데,

언젠가부터 제가 좋아하는 랩을 듣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관심없던 아이도 고학년이 되면서 친구들과 고등래퍼 이야기를 하며 랩을 즐겨 듣기 시작했는데,

아직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겐 너무 이른 선택이 아니었나 고민을 하였답니다.

어느 날 길을 걷다 동요 부르기 내기하자 하였는데, 생각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동요가 별로 없음을 깨달은 녀석은

예전엔 동요를 좋아했는데 요즘엔 랩을 더 좋아하게 된 안타까움을 이야기하더군요.

아직 몸도 마음도 다 자람이 아니거늘 동요나 동시를 보면 유치하단 생각이 앞서는 사춘기 소년인 듯 싶습니다.

그러다 <도시 동네>란 동시집을 만났습니다.

왠지 삭막하게 느껴지는 도시란 단어에 동네가 붙으니 친근하게 느껴지더군요.

아들녀석은 너무 유치하고 시시하다며 휘리릭 책장을 넘기며 다 읽었다 말하는데,

엄마는 하종오 시인님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궁금해 집니다.


 


한번에 다 읽으면 집중력이 떨어질 듯 싶어 아침시간을 활용하여 시 한편씩 소리내어 낭독해 보았습니다.

이 시는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도시 동네의 공원 풍경을 2부에서는 도시 동네의 시장과 마트를 이용하는 한 가족의 생활을, 3부에서는 도시 동네의 기술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 어릴적 시절보다는 아이의 어릴적 시절이 잘 나타나 있는 것 같아 아이도 함께 읽으며 회상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가져보았어요.

특히 2부 마트에 있던 물고기와 관련된 시를 읽으면서 같은 소재 다른 느낌을 표현해 보았답니다.

생선 가게에 있는 생선을 보며 제가 태어난 바다로 되돌아가기를 바라는 것 같다는 물고기의 꿈을 다룬 시였다면,

수족관에 살아있는 예쁜 물고기를 보면서 아주 어릴 때부터 냠냠 맛있겠다 생선을 외쳤던 녀석의 기억을 떠올리니

정반대의 이야기가 탄생하게 되었지요.

동시는 아름답고 순수해야만 할 것 같은데, 가끔씩 아이의 행동을 통해 난감함에 빠질 때가 왕왕 있었답니다.
 


실업자를 느끼기엔 우리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많이 성숙해 있더라고요.

아빠 어렸을 때 가난했단 말을 하면 왜 가난했냐고 순진한 눈망울로 일도 이해 안되는 표정으로 되묻는 녀석이었지만,

청년 실업이란 말을 자주 들어서인지 실업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에도 본인 아빠는 절대 실업자가 될 수 있을거란 상상은 하지 않고 있겠지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습을 보고 있단 생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특정지역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다수 도시 동네 사람들과 동네의 모습이겠단 생각이 들어요.

시를 짓는 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그려내고 기억하는 활동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굳이 어떤 무겁고 커다란 주제를 품고 있지 않더라도 읽으면서 공감하고 마음 한켠이 따뜻해지는 이런 현상들이 동시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춘기가 시작되고 좀 더 커지면 시를 읽는다 하더라도 사랑 노래나 이별 노래에 집중할 듯 싶은데,

그 전에 아름답고 따뜻함을 전해주는 동시를 많이 접할 수 있게 해 줘야겠단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림책에 연령이 제한되지 않듯 동시 남녀노소 누구나 읽고 누릴 수 있는 영역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1일 1동시 읽기 시작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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