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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 한 권으로 독파하는 우리 도시 속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 30개 도시로 읽는 시리즈
함규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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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밟고 있는 이 땅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역덕의 마음은 날뛰었다.

너무 재밌겠다! 나중에 이 책 가지고 여행 다녀야지!

도서를 받고 나서, 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건 의외로 제목이 아니었다.

바로 이 띠지.

"오늘날 내가 밟고 선 광화문 광장, 500년 전에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예전에 "인현왕후의 남자" 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컨셉의 드라마였는데, 극 중 남자 주인공이 과거에서 현재로 오면서 동일한 자리에 도착을 한다.

그 곳은 바로 광화문.

그 때, 그 장면을 보면서 생경한 감정이 느껴졌었다.

우리가 오늘날 지나가는 이 광화문 앞이 100년 전, 200년 전, 그리고 그 보다 훨씬 전에도 누군가가 지나가는 곳이었음을.

그리고, 어떠한 일들이 일어났던 장소임을.


우리 역사, 남의 나라

이렇게 물불 안 가리는 성질은 나라가 어려워졌을 때 분연히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국권 상실을 향해 가던 시절, 해주에서 많은 의병장과 독립운동가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안중근과 김구였다.

P. 533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에서는 남한만의 도시를 다루지 않는다. 북한, 그리고 우리 역사가 남아 있는 현재의 중국 영토 (과거의 발해, 고구려)까지 다루고 있다.

그리고, 가장 감명 깊게 읽었던 파트들 역시 남한의 도시가 아닌 이 도시들이었다.

우리는 학교에서 국사 공부를 하면서, 너무나 당연하게 한반도 지도를 공부한다. 이 때의 한반도 지도는 남한 뿐 아니라 북한까지 담고 있다.

정말 "갑자기" 깜짝 놀랄 때가 바로 이럴 때이다.

남의 나라라고 여기고 사는, 아니 오히려 "적"에 가깝게 느껴지는 북한이 우리와 같은 역사를 나누고 있는 한반도 사람들이라는 것.

조선, 고려, 고구려 모두가 우리 나라지만

이성계는 함흥차사 설화로도 한국사에 함흥이라는 이름을 새기게 된다.

P. 584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북한이라는 남의 나라 도시를 이야기 하면서, 국사책에서 배우던 인물과 단어들이 불쑥불쑥 튀어 나온다.

생각해보면,

요즘 내가 노래를 부르고 있는 함흥 냉면도. 처음 먹었을 땐 그 맛을 모르다가 이제는 찾아 먹기 시작한 평양 냉면도.

너무나 익숙하지만, 남의 나라 지도 속의 역사와 함께 만나니 이렇게 어색할 수가 없다.

정몽주가 "단심가"를 남기고 죽임을 당한 선죽교도, 이성계 장군이 군대를 돌려 고려에 반기를 들었던 위화도 회군의 위화도 역시 우리 역사이지만 남의 나라에 위치해있다.

잊지 말아야 할 남의 나라

룽징이 낳은 이들은 암흑천지에서 고개 숙이고 어둠에 적응해 살아가기보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희미한 별을 헤아리기를 선택한 청춘들이었다.

P. 663 <30개 도시로 읽는 한국사>

윤동주 시인의 생가, 하얼빈역, 항저우 대한민국 임시 정부 등.

아직 방문하지도 못했는데,

얼마 전, 중국에서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폐쇄한다는 발표가 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안중근 의사 전시실도 폐쇄 중이다.

윤동주 시인의 생가에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고 적혀 있는 것도.

그 땅에서 얼룩진 우리나라 발해와 고구려의 역사도.

우리끼리 싸우기보다, 합심해서 지켜내야 할 것들이 바로 이런 게 아닐까?

내가 밟고 있는 이 곳, 내가 밟지 못하는 그 곳.

내 발이 지나친 그 모든 곳에 누군가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는 것이, 내가 아직 밟지 못한 그 곳에도.


이렇게 물불 안 가리는 성질은 나라가 어려워졌을 때 분연히 일어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국권 상실을 향해 가던 시절, 해주에서 많은 의병장과 독립운동가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람은 안중근과 김구였다.
- P533

이성계는 함흥차사 설화로도 한국사에 함흥이라는 이름을 새기게 된다.

- P584

룽징이 낳은 이들은 암흑천지에서 고개 숙이고 어둠에 적응해 살아가기보다 오히려 고개를 들고 희미한 별을 헤아리기를 선택한 청춘들이었다.

- P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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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창비청소년문학 119
정은숙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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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청소년 문학

하지만, 독서 모임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몽실언니>, <아몬드>, <기억 전달자> 등과 같은 "청소년 문학" 작품들을 읽어 보면서 유치할 것 같다는 나의 편견은 모두 깨졌다. "청소년 문학"은 사실 청소년을 위한 문학이 아니라, 그 시기를 거친 어른들을 위한 문학 작품이 아닐까?

당신과 내가 모두 겪었던 그 시기. 몸은 어른이 되었지만, 정작 그 시기의 걱정과 염려, 고민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머릿 속.

내가 겪지 않은 가난

'가난'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걸. 가난은 모든 불편한 상황들에 적응하는 지난한 과정을 뜻했으니까.

P. 38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안나 카레리나>를 읽지 않은 사람도 익히 들어본 적 있는 첫 문장일 것이다.

나는 이 문장에 동의를 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반박을 하고 싶어진다. 적어도, 우리나라 대한민국 IMF의 혹독한 시기를 정통으로 맞은 가정이라면 비슷한 이유로 불행해졌으니까. 특별할 것 없던 우리 집도 그 고된 풍파를 이겨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나름 어린 나이여서 현실을 자각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너무나 많은 변화를 겪었었다.

몇 번의 이사, 바뀐 엄마와 아빠의 직장, 뭔가 이상해진 집안의 인테리어.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속 주인공 선빈의 아버지의 사업이 망했던 것처럼 우리 아버지의 사업도 한 순간 망해 버렸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내가 어렸을 때라 현실적으로 그 어려움이 다가오지는 않았다는 점.

아마, 선빈이 느낀 "모든 불편한 상황들에 적응하는 지난한 과정"은 우리 부모님의 몫이었을 것이다. 그 지난한 과정을 우리 부모님은 어떻게 지나갔을까?

"풀리지도 않는 문제에 골머리 썩지 말고 그냥 네 인생만 살아."

돈을 벌고 싶으면 알바를 구하면 되고, 대학을 갈 생각이면 성적을 올리고 생기부를 살리면 된다고. 그게 네가 할 일이라고.

P. 112-113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아마, 내가 아는 부모님이라면, 한 동안은 벼락처럼 주어진 역경에 억울하기도 하고, 원망도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지난한 과정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라고 결론을 내리셨을 것이다.

내 기억 속, 우리 부모님은 정말 열심히 일을 하셨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생활을 하셨었거든.

"자기 몫의 불행? 멋진 말이네. 쓰레기 종량제처럼 불행도 각자가 처리하라는 뜻이잖아."

P. 257 <완벽한 가족을 만드는 방법>

아마, 어느 순간에는 알았던 것 같다.

우리 집이 그닥 부유하지 않다는걸. 아니, 사실 돈이 없는 축에 속한다는 걸.

까칠한 10대에는 억울했던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상황은 아니었으니.

그런데, 뭐. 어쩌겠나. 쓰레기 종량제처럼 내 몫의 불행은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을.

계속해서 "쓰레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으니까.

내가 처리해 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좋아하자.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모르겠는 서평이지만, 이것도 내 쓰레기 종량제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가난‘이 명사가 아니라 동사라는 걸. 가난은 모든 불편한 상황들에 적응하는 지난한 과정을 뜻했으니까. - P38

"풀리지도 않는 문제에 골머리 썩지 말고 그냥 네 인생만 살아."

돈을 벌고 싶으면 알바를 구하면 되고, 대학을 갈 생각이면 성적을 올리고 생기부를 살리면 된다고. 그게 네가 할 일이라고. - P112

"자기 몫의 불행? 멋진 말이네. 쓰레기 종량제처럼 불행도 각자가 처리하라는 뜻이잖아." - P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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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루돌프 Dear 그림책
김성라 지음 / 사계절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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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동화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를 살다가 한 번씩 쉬어 가고 싶은 날들이 있다. 그런 날, 당신의 마음을 쉬게 해 주는 책은?

좋은 당신의 일터

자식들이야 그만허렌 허주만은 그만헤져. 고만 이시민 뭣 헤. 마음이 출렁출렁 허는디. (중략) 여기에선 여기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다. 한 아름씩 조물고 싶지만 한숨에 조금씩 그래도 망사리는 몸을 움직인 만큼 차오른다. 돈도 벌고 벗도 만나는 바당이 나는 좋다.

<여름의 루돌프>

그녀의 바다는 좋다.

그녀의 바다에는 소라, 성게, 우미, 오분자기도 있고, 벗도 있고, 그녀가 움직인 만큼 차오르는 망사리도 있다. 그래서, 그녀가 직접 벌어들이는 돈도 있다.

"여기에선 여기 나름대로 살아갈 수 있다."

그냥 기분이 좋아

하늬바람이 순하게 불면 물 밑이 고와 우리 할머니 물질하기도 좋고 그냥... 기분도 좋다.

<여름의 루돌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오후 7시 51분. 밖은 슬슬 어둑해지고, 노을이 진다. <여름의 루돌프> 속에서도 노을이 지고 있다. 우리집 내 방 창문은 닫혀 있지만, 이 책을 읽는 그 순간에는 내 방에도 하늬 바람이 분다. 그리고, 그냥... 기분도 좋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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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공부는 처음이라 - 0원부터 시작하는 난생처음 부자 수업, 개정증보판
김종봉.제갈현열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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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도서

나이가 들어 가면서, 주식, 부동산 등 다양한 재테크 방식을 경험해 볼 기회들이 생기다보니 "돈"이 진짜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고, 이제서야 늦은 재테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평 기회가 생긴 것이 매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돈에 대한 마인드셋

예쁜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예쁜 꽃을 바라볼 만큼의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이미 큰 것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P. 34-35 <돈 공부는 처음이라>

책의 위 문장을 읽었을 때, "아, 이게 내 마음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꽃도 좋고, 살랑살랑 부는 바람도 좋다. 하지만, 내가 그것들을 향유할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꽃도 바람도 그냥 거기에 있을 뿐이다. 향유하는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움으로 다가오겠지만, 그렇지 못한 나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

그래서, 이런 아름다운 것들에 고개 돌릴 여유가 없는 채로 살아갈까봐 무서워졌다. 이 책을 읽으며, "돈"에 대한 나의 마음가짐을 그렇게 갖기로 결정했다. 내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눈을 돌리고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그 무엇.



너무나 당연한 재테크

인터넷에서 한 시간 동안 검색해 얻은 정보와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대화로 얻은 정보는 최저 시급 8,35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P. 160-161 <돈 공부는 처음이라>

지난 번, <역행자 확장판>을 읽으며, 나는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그냥 그 자리에 앉아서, 누군가 떠먹여 주기를 바라는 건 도둑놈 심보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쉽게 얻는 것은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말들이지만, 우리는 당연하게도 이런 것들을 원한다.

일하지 않고 먹는 것. 쉽게 얻는 것.

하지만, 우리 삶의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일어날 일은 없고, 쉽게 얻는 것 역시 없다.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생각해서 최저 시급 8,350원 (지금은 9,620원이지만) 이상의 시간을 쏟고, 그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자.

내가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여 분기에 한 번씩 책을 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어떤 시장이 고점을 맞은 것인지 지금 어떤 시장이 위험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P. 340-341 <돈 공부는 처음이라>

위 인용구를 읽으며, 내가 손해를 봤던 이유가 정리됐다.

다들 열광할 때 나도 함께 열광한 것. 모두가 주목할 때, 함께 주목한 것.

일반적인 생각과 다른 생각을 해야 수익이 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지만, 그게 쉽다면 모두가 부자겠지. 하지만, 이 책에서 작은 팁을 얻었다. 오프라인 서점에 방문해보자.

출판 업계 역시, 돈이 있어야 움직인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책"을 너무나도 고귀하게 여기는 나머지, "책"과 "돈"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출판 업계도 돈이 되지 않는 책을 내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시기에, 한 종류의 재테크에 대한 책이 매대에 깔리기 시작하면, 그 책이 잘 팔린다는 얘기이고 그 재테크 방식이 이미 유행이라는 것.

돈 공부는 처음이라,

너무나 당연한 말들이 나에게는 크게 다가온다. 정말 단순한 것들이 아직 나에게는 그렇지 않기도 하다.

나만의 규칙과 원칙을 쌓았을 때, 작은 변화 하나라도 깊게 사유할 수 있는 것. 우선은 그 깊이를 쌓아가자.

"날로 먹으려" 하지 말고, 최저 시급 이상의 시간을 쏟고 생각하자.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예쁜 꽃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은 예쁜 꽃을 바라볼 만큼의 시간적 여유와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들은 이미 큰 것도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P34

인터넷에서 한 시간 동안 검색해 얻은 정보와 한 시간 정도의 짧은 대화로 얻은 정보는 최저 시급 8,35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 - P160

내가 온라인 서점이 아닌 오프라인 서점을 방문하여 분기에 한 번씩 책을 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어떤 시장이 고점을 맞은 것인지 지금 어떤 시장이 위험한 것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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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리커버 특별판)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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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역사 배경 소설

나는 역덕이자 국뽕 만렙이다. 집에 있는 책장의 한 줄 전체가 김훈 작가님, 김진명 작가님, 조정래 작가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역사 소설, 사극은 말할 것 없이 좋아하고, 작품에 나온 사건 혹은 인물은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에 검색하며 타고 타고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다.

이번에 다산북스 서평단으로 접하게 된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책의 커버를 보고 신청했다. 호랑이 무늬가 크게 프린트 된 책의 커버가 눈을 사로잡았다. 역덕에게 "호랑이"는 아픈 손가락이자 역사적 분노의 표상이니까. 이미 커버에 반해 신청을 하고 나서야 책의 설명을 보게 되었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가 집필한 소설. 1918년부터 1964년까지 긴 시간을 가르는 소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가 집필한 소설이라는 것이 가장 흥미로웠다.

몇 년 전, 미국 드라마 <스타트렉> 작가인 조 메노스키가 <킹 세종 더 그레이트>라는 제목의 세종대왕 소설을 집필한 것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에도 "미국인" 작가가 우리나라 역사를 모티브로 소설을 출판했다는 것이 놀라웠고, 소설의 내용도 개인 취향으로 나쁘지 않았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작가님은 한국계라는 것에 차이가 있지만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그녀가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잊지 않고 작품을 집필한 것은 역시나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큰 기대를 안고 이 소설을 읽기 시작했다.



<옥희>

가난한 집의 딸로 태어나, 기생 은실에게 의탁한다. 옥희의 어머니는 옥희를 은실의 집에 하인으로 보내려 하였으나, 기생 견습생으로 그녀의 집에서 살게 된다. 추후 은실의 사촌이자 기생인 단이가 경성으로 데려가 그녀를 최고의 기생으로 키워낸다. 춤에 재능이 있어, 배우로 발탁이 되어 화려한 삶을 살았지만, 일제 강점기를 겪으며 재산은 점차 없어진다.

<정호>

한 사냥꾼의 아들로 태어나 돈을 벌기 위해 경성으로 온다. 노숙 소년 무리와 맞닥뜨렸지만, 그 무리의 대장이 된다. 길거리에서 우연히 본 기생 옥희에게 첫 눈에 반해 그녀를 위해서는 어떤 것이든 하려 한다. 당대 최고의 배우가 된 옥희에 맞는 사람이 되고자 명보의 제자가 되었다. 점차, 명보의 인성과 비전에 동화된다.

<명보>

좋은 집안에 태어나 동경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이지만, 집안의 반대에도 삶을 독립 운동에 헌신한다.

<한철>

안동 김씨 집안이었지만, 아버지 대에 집안과 연이 끊겼다. 어려운 형편에 인력거를 끌고 있지만, 명문 양반가임을 잊지 않으려 한다. 옥희와 연인이 되어 그녀의 뒷바라지로 대학까지 졸업하고 취직을 한다. 탄탄대로인 앞길이 보이자, 그렇게 사랑했던 옥희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600 페이지가 없는 두꺼운 책이기에, 수많은 캐릭터가 등장한다. 최대한 결말 스포일러를 포함하지 않은 간략한 인물 소개.



교양 교율을 잘 받은 현대인으로서, 그에겐 자신만의 도덕률이 있었고, 별 어려움 없이 이를 준수하는 스스로에게 매우 만족했다. 말하자면, 그는 한국의 독립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행동주의 운동이라면 그 어떤 형태이든 반대했다. (사회적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올 뿐이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합중국을 향해 한국을 해방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밖에 없다고 그는 믿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그는 일본의 압제에 대해 적절한 비판을 토로하며 그 자신의 유려한 웅변과 입 속에 맴도는 일제 담배의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즐겼다.

P. 119-120 <작은 땅의 야수들>


이 소설을 읽으며 가장 혐오하는 인물이다. "김성수"

그는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나, 일본으로 유학을 다녀왔다.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그는 자신의 지식과 말솜씨를 자랑하는 것을 좋아한다. "도덕적"으로 보이기 위해 한국의 독립은 찬성하지만, 자신의 위험은 감수하고 싶다.

나는 일본에서 함께 수학한 동문 이명보와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그의 "찌질함"이 혐오스러웠다. 명보는 한국 독립에 헌신하는 인물이다. 그는 경성에서 여러 친구들을 찾아다니며 독립 운동을 위한 자금을 부탁한다. 부잣집 도련님인 성수 역시 그 친구 중 하나였다. 그들의 대화 속에서 성수는 적절한 말로 자신의 무심함을 감추고 자기 자신을 옹호하는 데 온 신경을 기울인다.



'하지만, 도대체 뭘 위해서냐? 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짓을 한들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아. 그뿐만 아니라, 암살은 살인 범죄잖아.'

이러한 일련의 생각이 성수의 불안과 초조함을 조금씩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중략)

이렇게 자신의 논리를 정리하자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P. 141-142 <작은 땅의 야수들>



명보가 떠나고 나서도 그는 자신이 당한 "지적"에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하고자 끊임없이 생각한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만족할만큼의 논리가 세워지자 생각을 멈춘다.


이 소설 속에서 그는 끝까지 찌질하다.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 단이와의 만남에서도, 그녀의 죽음에서도, 단이의 눈치에 허세를 부리고자 명보를 도와 자신의 출판사에서 "대한민국 독립선언서"와 태극기를 인쇄할 때에도, 독립 후 이 일로 인해 친일파가 아니었다는 면죄부를 얻을 때에도.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며 내가 혐오한 그 찌질함은 나 자신에게 적용이 됐다. 과연 나는? 암흑에 가까웠던 이 시기에 내가 있었다면 과연 나는 성수의 찌질함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카페 주인이 테이블 아래로 너한테 건네준 게 이거였어?" 다시 걸음을 떼며 옥희가 속삭여 묻자 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밤 어떤 일본군 장교가 만취한 상태로 가게에 두고 간 거래. 나라 안에서 무기를 조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거든. 총 한 자루가 소중한 상황이야." (중략)

"그 카페 주인은 그냥 멋이나 부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참 후에야 옥희가 말했다. "부드러운 손에다, 머리도 예쁘게 꾸미고 다녀서 말이야."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

P. 428-429 <작은 땅의 야수들>



이 소설 속 메인 캐릭터로 나오지는 않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인물을 꼽자면 바로 이 카페 주인이다. 그는 친일 지주의 아들이자 당대 최고의 교육을 받은 지식인, 젊은 부르주아 시인이었다. '바닷고동 카페'를 운영하며 그만의 매력으로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카페로 끌어들인다.

그가 소설에 등장한 초반 그의 모습은 "한량" 정도로 묘사된다. 예술가적인 패션에 상냥하지만 어딘가에 벽이 있고, 누구에게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은 태도. 그를 실제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옥희와 연희의 카페 방문 속에서 보여진 그의 모습은 나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그가 다시 등장한 것은 바로 이 장면. 독립 운동에 헌신하는 명보를 스승으로 모시게 된 정호에게 카페 주인은 일본군 장교가 놓고 간 권총을 건넨다.겉으로 보기에는 매사에 멋을 부리며 한량스러운 모습인 그이지만, 그 나름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해 투쟁한다.




사실 이 소설이 "정말 좋다" 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600페이지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틀만에 소설을 다 읽을 정도로 술술 읽혔다. 작가가 소설을 정말 잘 써 내려간다는 생각이 들었고, 소설적 매력이 충분했다. 하지만, 몇 가지 아쉬움은 남았다. "호랑이"가 단순한 맥거핀 정도로 사용된 점, 내용의 흐름이 클리셰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못했다는 점, "이 작은 땅에서 어떻게 그리도 거대한 야수들이 번성할 수 있었는지 신비로울 따름이야."라는 카피에 걸맞는 일제 강점기 속 독립 운동가에 깊게 집중하지 않는다는 점 등.

그럼에도, 나는 이 책을 추천한다.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은 일제강점기의 문제들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는 더더욱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특히나, 이 소설의 저자인 김주혜 작가님이 한국계 미국인인 것 역시 중요하다. 영어로 이 소설을 집필하였고, 해외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 독립 운동가들의 삶을 깊숙히 보여주고 있지는 않지만, 이 소설에는 잔인했던 일본 군인의 모습, 팔이 잘려 나가면서도 끝까지 태극기를 손에 쥐고자 했던 3.1운동 속 우리 조상들의 결기, 이미 패배할 전투임을 알았음에도 자국민 그리고 한국인(조선인)을 사지로 내 몰은 일본의 악랄함, 먼 만주 지역에서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온 몸을 바친 독립운동가들의 희생, 독립 후 너무나 어이 없는 이유로 면죄부를 받고 혹은 죽임을 당한 역사의 아이러니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부터 6.25 전쟁까지, 우리에게는 너무나 멀리 있는 두꺼운 국사책 속의 한 순간 정도로 느껴진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나라가 독립이 된 것은 1945년으로 채 100년도 지나지 않았고, 6.25 전쟁이 휴전된 1953년 역시 그렇다. 요즘, 우리는 100세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이 역사들을 한 인간이라 생각한다면, 아직 건강하게 삶을 즐기고 계신 우리 할아버지보다도 나이가 어리다. 100세 시대의 한 인간의 삶이 끝나지도 않은 기간인데, 이제는 덮어 두라는 이렇게 100년도 되지 않은 역사를 "이제는 덮어 두고 미래로 나아 가야 한다" 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 정당한가?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추천한다. 600페이지가 넘는 대작임에도 술술 읽히는 소설적 매력으로도, 이 소설이 담고 있는 우리 역사의 일부로도. 앞으로 어떤 미디어가 될 지 모르겠지만, 우리의 역사를 그리고 우리에게 아직까지 남겨져 있는 문제들을 낱낱이 펼쳐 보일 수 있는 작품들이 계속해서 생산되길 바래본다.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jsj_dumb/223138879291


교양 교율을 잘 받은 현대인으로서, 그에겐 자신만의 도덕률이 있었고, 별 어려움 없이 이를 준수하는 스스로에게 매우 만족했다. 말하자면, 그는 한국의 독립 자체에는 찬성했지만,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하는 행동주의 운동이라면 그 어떤 형태이든 반대했다. (사회적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해 아래로 내려올 뿐이며,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미합중국을 향해 한국을 해방해 달라고 애원하는 것밖에 없다고 그는 믿었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면 그는 일본의 압제에 대해 적절한 비판을 토로하며 그 자신의 유려한 웅변과 입 속에 맴도는 일제 담배의 부드러운 맛을 동시에 즐겼다. - P119

‘하지만, 도대체 뭘 위해서냐? 다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짓을 한들 아무런 성과도 나오지 않아. 그뿐만 아니라, 암살은 살인 범죄잖아.‘

이러한 일련의 생각이 성수의 불안과 초조함을 조금씩 가라앉히기 시작했다. (중략)

이렇게 자신의 논리를 정리하자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 P141

"카페 주인이 테이블 아래로 너한테 건네준 게 이거였어?" 다시 걸음을 떼며 옥희가 속삭여 묻자 정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날 밤 어떤 일본군 장교가 만취한 상태로 가게에 두고 간 거래. 나라 안에서 무기를 조달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거든. 총 한 자루가 소중한 상황이야." (중략)

"그 카페 주인은 그냥 멋이나 부리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한참 후에야 옥희가 말했다. "부드러운 손에다, 머리도 예쁘게 꾸미고 다녀서 말이야."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용감한 거지."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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